딸을 가진 세상의 모든 아버지 딸을 가진 세상의 모든 아버지 권 영 상 간혹 키 큰 여학생을 보면 딸아이를 떠올린다. 우리 나래도 지금보다 한 2센티만 더 컸으면 하고. 코가 오똑하고 반듯한 여자애를 보면 역시 우리 나래의 코가 생각난다. 나래는 나를 닮아 코가 크고 뭉툭한 편이다. 뭉툭한 코가 따뜻한 인간미를 느..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8.27
자장면 한 그릇 자장면 한 그릇 권영상 여름방학인데도 학교에 일이 있어 나갔다. 일을 대충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학교 식당에 전화를 넣었다. 역시 방학이라 운영을 안 한다. 하긴 지금이 오후 2시다. 방학이 아니어도 문을 닫을 시간이다. 점심을 때우려면 신을 고쳐 신고 교문 바깥을 나가야 한다.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8.27
효창공원에서 만난 뭉게구름 효창공원에서 만난 뭉게구름 권영상 오후 4시 20분. 교문을 나서자 문득 효창공원이 생각난다. 퇴근길을 바꾸어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효창공원은 학교 근처에 있다. 십여분 거리다. 만리시장의 끝길을 걸어올라 골목길을 타고 다시 내리막길을 간다. 경사가 완만해 걷기가 좋다. 길갓..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8.27
18억 로또복권의 비극 18억 로또복권의 비극 모 일간지에 ‘비극으로 끝난 로또 인생역전’이라는 기사가 났다. 너무도 뻔한 비극일테지만 또 궁금했다. 역시 슬프지만 뻔한 줄거리다. 38살의 남자가 23억 로또에 당첨됐다. 세금을 뺀 18억을 쥔 남자는 쭉해 오던 식당문을 닫고 유흥업에 손을 댔다. 하는 족족 실..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8.24
여름의 끝자락에서 만난 이창건 시인 여름의 끝자락에서 만난 이창건 시인 권영상 “여보, 전화 해 줘요. 이창건 시인 전화.” 동네 우면산에 갔다 돌아오자 아내가 황급히 내 휴대폰을 건넨다. 나를 만나려고 전철을 타고 오는 중이라 했다. 갑작스런 일이다. 방학이니 한번 만나자는 전화와 문자는 그간 몇 번 주고 받았다.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8.24
우면산에서 만나는 나무들 우면산에서 만나는 나무들 권영상 안녕하세요? 수녀님. 너무도 오랜만에 우면산에 갔댔습니다. 지난 주말, 오대산 진고개에서 본 가을 단풍과는 달랐지만 가을이 꽤 깊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느팃잎과 팥배나뭇잎,은사시와 물박달나뭇잎은 벌써 많이 지고, 또 남아있다 해야 물빛이 빠져..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8.23
사람은 무슨 힘으로 사는가 사람은 무슨 힘으로 사는가 권 영 상 우편물을 부치러 우체국에 들렀다가 그 길로 이천행 버스를 탔다. 16년 전,이천에서도 버스로 꽤나 들어가는 시골학교에 나는 잠시 머무른 적이 있다. 그곳이 가끔은 자꾸 그리웠다. 그러나 찾아간 시골마을은 내 기억 속의 마을이 아니었다. 아파트도..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8.23
시달리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 시달리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 권 영 상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 공해가 심각하다. 요즘 다량으로 쏟아져오는 메시지는 대출서비스 문자다. 하루에도 몇 건씩 날아온다. 주로 전화 한 통으로 기천만 원 대출이 가능하다는 문자들이다. 때로는 ‘무담보 대출 전화요’라는 문자도 있다. 가만..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8.16
공부가 무서워요 공부가 무서워요 글 권영상 지난해 4월쯤이다. 출근하여 자리에 앉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선생님, 우리 애가 집을 나갔어요.” 진병이 엄마였다.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어제 점심 챙겨주고 일 나갔다 돌아와 보니 입던 속옷 새 것으로 갈아입고 나갔다는 거다. 진병이는 며칠 결석을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8.16
행복과 불행의 차이 행복과 불행의 차이 권 영 상 작은형이 운명했다. 일흔일곱. 갑작스럽게 다가온 암이 작은형의 목숨을 앗아갔다. 암 선고를 받자, 나는 작은형을 보러 강릉으로 내려갔다. 형은 사천에 있는, 잘 알려진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조카도 내려와 병석을 지키고 있었..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