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황해도집 을지로 황해도집 권영상 “축하 술 한 잔 낼 테니 나와요.” 선배 시인께서 전화를 주셨다. 말이 선배 시인이지, 실은 원로 시인이시다. 연세가 팔순 가까운 분이다. 요 며칠 전에 출간한 산문집 <뒤에 서는 기쁨>을 보내드렸는데 그걸 받고 또 못 참으신 거다. 그분은 청춘이시다. 다..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1.10
고사를 지내러 가는 이유 고사를 지내러 가는 이유 권영상 “종합운동장 팔각정에서 12일 오전 10시 출발, 참석요” 수업을 마치고 내 방에 와 휴대폰을 여니 문자가 왔다. 고향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보냈다. 멀리 떠나와 사는 관계로 고향 동창회에 자주 못 나갔다. 그래도 강릉에 갈 기회가 있으면 총무를 찾아가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1.10
완주의 신앙생활 완주의 신앙생활 권영상 완주가 퇴근 시간에 맞추어 왔다. 나는 학교 근처에 있는 음식점으로 그를 데리고 갔다. 쌈밥집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완주라 근사한 집에 가고 싶었다. 나는 그 일을 가지고 그가 올 때까지 고민하다가, 그냥 서로 편한 대로 학교 근처 쌉밥집에 가기로 했다. 완..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1.04
내 몸 사용 보고서 내 몸 사용 보고서 권영상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내 몸을 빌려 잘 사용하였습니다. 이렇게 내 몸을 빌려쓴 지 벌써 오래 되었습니다. 나는 해마다 몸을 빌리기 위해 새 계약서를 쓰고 지켜나갈 것을 맹세해 왔습니다. 아무래도 주인이 원하는 대로 몸을 깨끗하게 쓸 의무가 세입자인 내게..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1.04
40년만에 만난 아내의 동창 40년만에 만난 아내의 동창 권영상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고, 아내 이야기다. 아내가 초등학교 동창의 자녀 결혼식에 다녀왔다. 멀리 인천에서 있었다. 직장에 매여 사느라 아내는 동창 모임에 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동창은 빠질 수 없는 고향 친척이라 폭설을 뚫고 갔었다. 결혼식..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01.04
오늘 겨울 방학했네요 드디어 겨울방학을 했습니다. 참 힘들었던 2학기였습니다. 겨울엔 그간 못 써온 글을 좀 편안한 마음으로 쓰려고 합니다. 우면산도 일삼아 오르고 동네 도서관도 나가고 남는 시간은 뒹굴거리며 잘 놀아보겠습니다. 다들 좋은 겨울 되시길 빕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그럼, 안녕히...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12.28
골목길을 빼앗긴 아이들 골목길을 빼앗긴 아이들 권영상 이미 창밖에 해가 졌다. 늦은 여름이라 선선한 감마저 있다. 일몰 뒤의 붉은 노을을 내다 보고 있을 때다. 아내가 식탁위에 저녁을 차리고 있다. 나도 얼른 다가가 수저를 놓는다. “나래야, 저녁 먹어라!” 아내가 딸아이 방을 향해 소리친다. “알았어.”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12.27
아기를 업어키우던 아버지 아기를 업어키우던 아버지 권영상 늦가을이라 그런지 오후 6시에도 결혼 예식이 있다. 어떻든지 가을을 넘기지 않으려는 모습들이 역력하다. 모처럼 노는 토요일인데 친척과 친면 있는 이들의 혼사 때문에 하루종일 길거리에서 돈다. 오후 2시 예식이 있고, 6시에 있으니 집에 들어갔다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12.27
횡포 횡포 권영상 이발을 거의 마쳐갈 때다. 내 머리를 손봐주던 미장원, 그러니까 ‘헤어컬러’ 주인 얼굴에 느닷없이 긴장감이 돌았다. 아니나 다를까 작달막한 키의 다부진 50대 중반의 여자가 문을 열고 미장원에 들어섰다. “어어, 어서 오오세요.” 헤어컬러 여자가 누굴 보고 하는 건지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12.25
도루묵에 대한 추억 도루묵에 대한 추억 권영상 지난 12월 18일이다. 신춘문예 심사가 있어 춘천 강원일보사에 들러 일을 보고, 길 건너 파도회집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여러 차례 들렀지만 음식점 가운데에 연탄화덕이 있는 소박하고 운치 있는 집이다. 가벼이 먹는 음식 중에 파전이 나왔고, 뒤이어 동태찜..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