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추억, 폭설 아름다운 추억, 폭설 권영상 1월 4일. 아침 8시. 전철에서 내렸는데도 눈은 여전하다. 나는 지금 출근을 위해 폭설 속을 걷는다. 10여분을 걸어 느티나무 교목숲 사이를 지나면 그 끝에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다. 새벽부터 내린 눈은 벌써 15센티미터를 넘고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우산을 눌..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12.04
그 형님 그 형님 권영상 가까이 지내는 형님이 한분 계신다. 나이 일흔일곱이다. 나와 무려 17년 차이가 나긴 해도 촌수로 형님 뻘이다. 그분 고향이 주문진이다. 70년대만 해도 주문진 항구에서 잘 나가는 선주의 아들이셨다. 주로 부산에서 생필품을 화물선에 싣고 와 공급했다. 또 하나의 화물선..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12.03
그 사랑이 나무에게도 진정한 사랑일까 그 사랑이 나무에게도 진정한 사랑일까 권영상 수업을 마치고 내 방에 내려와 막 앉을 때다. 가방 속에 넣어둔 휴대폰이 울렸다. 꺼내어 보니 낯선 전화번호다. “여보세요!” 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저어, 안성 집에 사는 사람입니다.” 여자분이다. ‘안..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11.29
정을 들이는 달, 12월 정을 들이는 달, 12월 권영상 인디언 크리크 족은 12월을 ‘침묵하는 달’이라 했다. 목숨 가진 것들이 바짝 언 겨울의 위세에 꼼짝없이 잠든 달이라고 본 듯하다. 내가 인디언이라면 12월을 ‘정을 들이는 달’, 이라 짓겠다. 해마다 그렇지만 지난 한 해도 허겁지겁 살아왔다. 이제 며칠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11.26
자연과 건축물의 만남 자연과 건축물의 만남 건축물은 인간이 자연을 훼손하고 그 위에 세운 인공구조물이지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집들도 또한 그 행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런데 동양에선 이 일이 자연한테 안 됐다는 걸 알았는지 가급적 건축이 자연과 잘 어울리도록,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 자연..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11.23
조금 갖고도 행복할 수 있는 세상 <동시와 나> 조금 갖고도 행복할 수 있는 세상 권영상 1. 어기찬 생명 호박 구덩이에 뒷거름을 넣고 호박씨를 묻었다. 참 얼마나 기막힌 일인지 호박씨는 그 냄새나는 구덩이에서 푸른 깃발을 찾아들고 나왔다. <동시와 나>라는 주제를 앞에 놓고 생각을 해봅니다. 내게 있어 동시..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11.22
나이를 잘 먹는 열 가지 방법 나이를 잘 먹는 열 가지 방법 권영상 지난 봄, 직장 행사로 송추 계곡에 갔었다. 점심식사가 끝나고 팀을 엮어 족구를 했다. 내가 속한 팀에는 젊은 후배들도 있었다. 그런데도 ‘고령자’란 이유로 나를 코트에 밀어넣었다. 끼지 못하는 것보다 그래도 넣어주는 게 좋았다. 나는 옛날의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11.21
참 행복한 일 (예전의 글입니다. 이 초승달 사진 때문에 옮겨왔습니다.) 참 행복한 일 권 영 상 요즘 새 학기 철이라 수업시간이 활기차다. 질문을 던지면 대답하려는 아이들이 참 많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갓 올라온 일학년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며칠 전이다. 내 질문에 손을 번쩍 들고 대답을 한 아..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11.19
그의 몸에선 외롭지만 가을 냄새가 난다 그의 몸에선 외롭지만 가을 냄새가 난다 권영상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내어 인터넷에서 수제천을 꺼내어 듣는다. 텔레비전 드라마 사극에서 왕세자가 등극할 때 나오는 귀에 익은 관현합주곡이다. 화려한 음악이지만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우리 전통음악은 사람을 흥분시키지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11.15
버스터미널에서의 어떤 배웅 버스터미널에서의 어떤 배웅 권영상 금요일 오후 4시 20분 동해행 고속버스에 올랐다. 출발 5분전이다. 옥계에 있는 한국여성수련원에 일이 있었다. 굳이 승용차를 두고 버스에 오른 건 버스에서나마 좀 쉬고 싶어서였다. 나는 대충 자리를 정리하고 눈을 감았다. 허겁지겁 달려와 그런지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2.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