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작은 포구 사천 여기는 동해안 작은 포구 사천, 고향 강릉에 추석을 쇠러가는 길에 들렀지요. 영동고속도로가 끝나기 직전, 양양 속초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20여분 정도 달리면 북강릉에 도착합니다. 거기서 5분 거리에 작은 포구 사천이 있지요. 바다를 보면 입이 그리운 것. 싱싱한 한치 물회 한 그릇.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9.09
한가위 즐겁게 잘 보내세요 낼모레가 한가위입니다. 마치 오라고나 한 것처럼 때맞추어 착 돌아옵니다. 10년 전이나 30년 전이나 설레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설이나 추석이라는 말을 들으면 여전히 가슴이 뜁니다. 이제 고향엔 부모님도 안 계신지 오래 됐는데 부모님이 천년만년 살아계시는 것 처럼 달려가 보고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9.05
낙서 천태만상 낙서 천태만상 권영상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친구는 없고 친구 누나만 누워 자고 있었다. 나는 친구 누나의 잠자는 모습을 보다가 슬그머니 앉아.......” 어디서 많이 본 적 있는 이 글은 대표적인 화장실 낙서다. 학교 변소나 공중변소의 문짝에 주로 많이 써져 있던 7,80년대를 풍미하던..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9.05
선교장에서 보낸 한 자락 가을 여유 선교장에서 보낸 한 자락 가을 여유 권영상 월요일 오후 7시 고향 형님을 뵈올 일이 생겼다. 출판 계약서를 읽는 대로 얼른 회신해 달라는 메모가 있어 일찍 집을 나왔다. 우체국 문을 여는 대로 계약서를 보내고 전철에 올랐다. 전철에 올라 시간을 가늠해 보았다. 강릉까지 버스로 세 시..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9.04
연필통 속 페이퍼 나이프 연필통 속 페이퍼 나이프 권영상 아파트 창문 바깥으로 뭉게구름이 핀다. 일어나 뒷베란다로 나가 창문 밖 하늘을 쳐다봤다. 무역센터 쪽 하늘에서 희고 부드러운 뭉게구름이 일어난다. 볼수록 텅 빈 마음이 가득가득 차오른다. 오랜 비 끝에 보는 뭉게구름이다. 가을이 왔다는 신호다. 하..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8.29
부켄베리아가 주소지를 옮기다 부켄베리아가 주소지를 옮기다 권영상 작년 늦봄이다. 진딧물로 시름시름 앓던 부켄베리아를 끝내 베란다 창문 밖으로 내쳤다. 한 일 년 공 들여 키웠지만 역부족이었다. 내 뜻을 몰라주는 부켄베리아가 밉기만 했다. 그러나 어찌 생각하면 아파트에서 나무를 키운다는 일 자체가 우선 적..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8.29
쓰러진 꽃을 말뚝이 세우다 말뚝이 쓰러진 꽃을 세우다 권영상 서점에 들러 책 한 권을 사가지고 돌아올 때다. 집에서 나올 때 생각해두었던 것이 다행스럽게 떠올랐다. 나는 길 옆 동네 철물점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톱 좀 보여주세요.” 내 말에 철물점 주인이 나를 쳐다봤다. “뭣에 쓰시게요?” 용도에 맞는 톱..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8.23
논두렁길을 한 바퀴 돌다 논두렁길을 한 바퀴 돌다 권영상 비가 그쳤습니다. 태풍이 오네 마네, 장마가 오네마네 하더니 가을입니다. 남쪽엔 장마 피해가 있었던 모양이지만 이쪽 제가 사는 안성엔 비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장마가 아주 갔다고 했는데 웬일인지 몇 며칠을 비가 내립니다. 오늘도 종일 오는 비 때..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8.18
8월은 소리가 살아나는 달 8월은 소리가 살아나는 달 권영상 4월은 잠자던 눈이 살아나는 달이다. 삼동을 지나오며 우리의 눈은, 설원의 백설이거나 벌거벗은 대지 이외의 것을 본 적이 없다. 사람의 의상으로 치자면 겨울은 모노 패션이다. 단조롭다. 그런 단조로운, 오늘이 어제 같은 날이 무려 서너 달씩이나 반복..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8.16
내 인생의 간이역 내 인생의 간이역 권영상 급행열차가 출현하면서 간이역이라는 말이 생겼겠다. 역마다 다 서는 완행열차에 비하면 급행열차는 큼직한 역에만 정거한다. 그 외의 작은 역은 그냥 스쳐 지나간다. 그때마다 간이역은 머쓱해 보였다. 어쩌면 그 무렵부터 나의 인생도 속도가 붙었다. 그리고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