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집에 내리는 밤비 외딴 집에 내리는 밤비 권영상 칠흑 같은 밤, 비가 창을 친다. 예사 비가 아니다. 창을 두드리는 비의 손이 굵다. 창문을 열었다. 밤의 대지를 두드리는 빗소리가 창문 안으로 와락 밀려든다.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들판을 내달리는 비의 발소리가 비명에 가깝다. 그런데 또 하나, 빗소리..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5.13
꽃모종 꽃모종 권영상 차를 몰고 백암에서 삼백로 325번 길에 들어서자, 논벌이 드러납니다. 내일 아침이라도 모내기를 할 수 있도록 논 수장을 잘 해놓았습니다. 물도 알맞게 대놓아 얼핏얼핏 지나가며 보아도 유리거울 같이 논이 판판합니다. 곧 모내기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오늘 꽃모종을 해..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5.09
제비가 돌아왔다 제비가 돌아왔다 권영상 볕이 따갑다. 하던 일을 놓고 방에 들어가 이불을 접어 들고 나왔다. 데크에 세워둔 빨래 건조대에 간밤에 덮고 잔 이불을 널었다. 한 사나흘 서울에 가 있다가 안성에 내려올 때면 으레 이부자리부터 내다 말린다. 근데 오늘은 아니다. 유난히 볕이 깨끗하고 아까..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5.06
내가 만드는 나의 천국 내가 만드는 나의 천국 권영상 모판의 상추를 밭에다 내고 있을 때입니다. “선상님, 고추 모종을 좀 드릴까요?” 길 건너편 파란 대문집 할머니가 나를 부르십니다. “예.” 나는 대뜸 예, 했습니다. 고추 모종 서른 포기를 종묘사에서 사다가 심었습니다. 그렇지만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5.02
조회 1만회, 다랑이논 그림 다랑이논 그림 다랑이논입니다. 제가 이런 그림을 찾을 재간이 없지요. 그래 미국 사시는 류형 보고 <오동나무집 사랑방> 들렀다 가신 분들의 횟수나 1만회 되니까 뭔 그림이라도 한장 구해달라고 떼를 써서 얻어낸 것입니다. 생각지도 않게 도중에 류형을 만났습니다. 류형이 보내주..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5.01
여린 꽃잎들의 가혹한 희생 여린 꽃잎들의 가혹한 희생 권영상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비 온다. 4월내내 서울엔 비가 오지 않았다. 창문을 열고 우두커니 비를 내다본다. 무성할 대로 무성해진 느티나무며 벚나무들이 이 비에 삼단같은 초록빛을 늘어뜨린다. 그들을 바라보던 내 눈이 놀이터 쪽 모과나무 아래에..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4.28
봄밤의 그윽한 소쩍새 울음 봄밤의 그윽한 소쩍새 울음 권영상 아침에 토마토와 고추 모종을 청계산 자락 꽃시장에서 샀습니다. 벌써 열흘 전부터 토마토 타령을 아내에게 했지요. 그 말에 대뜸 서너 포기는 대저토마토를 심으라고 했습니다. 대저토마토, 왜 노새방울만큼 작고 껍질이 단단한 토마토 말이에요. 근데..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4.24
어른인 나는 그게 부끄럽다 어른인 나는 그게 부끄럽다 권영상 “얼음들이 녹아지면 조금 더 따뜻한 노래가 나올 텐데 얼음들은 왜 그렇게 차가울까, 차가울까요 ……. 붉은 해가 세수하던 파란 바다 그 깊이 묻힌 옛 온기를 바라본다.” 가슴을 후벼파는 듯 한 남녀 듀엣의 목소리가 울려나온다. 더 이상 갈 곳없는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4.22
칠곡 계모 사건에 휘둘리는 호들갑 칠곡 계모 사건에 휘둘리는 호들갑 권영상 유난히 호들갑을 떠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집 가까운 곳에 산이 있어 가끔 오른다. 어느 때부터다. 양손에 스틱을 잡고 오르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그 며칠 뒤부터다. 그런 사람들이 이번엔 부쩍 눈에 띄었다. 나트막한 동네 산이라 양손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4.14
꽃씨 온상에 꽃씨를 심고 꽃씨 온상에 꽃씨를 심고 권영상 지난 2일 꽃씨를 심었습니다. 작년 가을에 안성에 내려와 살기 시작했으니 그때는 꽃을 심기 어려웠지요. 그 대신 여기 저기 다니면서 꽃씨를 받아두었지요. 주머니에 휴지가 있으면 휴지에다 받고, 물건을 사고 받은 영수증이 집히면 영수증에다 받았지..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