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즐거움 삐딱한 즐거움 권영상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북쪽 울담은 개나리 울타리다. 아파트 지은지 오래 되었으니 그 개나리들 나이도 꽤 들었을성 싶다. 그들 덕분에 봄이 되면 별 모양의 개나리꽃 때문에 울타리 담장이 별나게 환하다. 내일 모레가 설이다. 은행이 붐비기 전에 오전 일찍 은..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1.27
외눈박이 행복 외눈박이 행복 권영상 아내가 동창회를 하러 강릉에 내려갔다. 냉장고 속에 이것저것 먹을 것들을 해 넣어놓고, 그러고도 미덥지 않은지 그릇마다 김치, 장조림, 멸치볶음, 시금치국.... 이런 쪽지까지 붙여놓고 갔다. “당신 밥 때문에 어디 가려 해도 내가 꼭 이런다니까.” 아내는 그게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1.21
수녀님, 아침에 신문을 보았습니다 수녀님, 아침에 신문을 보았습니다 수녀님, 안녕하세요? 아침에 신문을 봤습니다. 집사람은 강릉 동창회에 가고 없고, 딸아이도 직장 일로 없는 빈 집에서 홀로 아침을 맞느라 일찍 집에 온 신문을 꺼내 보았습니다. 수녀님이 말씀하신 대로 거기 수녀님께서 쓰신 글과 제 졸시가 있었습..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1.18
우리들 마음에 섬이 있다 우리들 마음에 섬이 있다 권영상 해안 여행을 하고 돌아온 후면 문득문득 내 마음에 숨은 섬을 볼 때가 있다. 제주 올레 7길에서 밤섬을 만난 이후로 내 마음에 섬이 하나 생겼다. 가끔 그 섬이 생각나면 제주에 내려가 살고 싶다는 충동을 받는다. 밤섬이 보이는 푸른 소나무 그늘에 앉아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1.15
대중목욕탕이 그리운 계절이다 대중목욕탕이 그리운 계절이다 권영상 몸이 답답할 때면 가끔 대중목욕탕이 생각난다. 옷에 갇혀 살 듯 관습에 젖어 먹고살고 할 때 몸이 답답해한다. 이럴 때면 길을 가다가도 대중목욕탕의 붉은 벽돌로 지은 높은 굴뚝을 찾는다. 때만 벗기거나 잠시 피로나 풀 일이라면 집에서 물 받아..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1.07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 해가 다 갔습니다. 뭔가 이루어낼 것 같은 한 해가 결국 다 지나가고 지금은 세밑입니다. 올해 다 못 이룬 것은 새해에 이룰 수 있도록 기약해 봐야지요. 시간이란 둥글둥글 이어져 물 흐르듯 흐르는 거니까 다가오는 갑오년을 벼르며 묵은 기억들은 툭툭 털어..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12.31
눈 위에 난 발자국들 눈 위에 난 발자국들 권영상 아침에 창문을 여니 햇빛이 함뿍 쏟아져 들어옵니다. 간밤 내내 눈이 왔는데 익살맞은 사기꾼처럼 아침 하늘이 파랗습니다. 아침밥을 지어먹고 방바닥에 앉아 서울에서 들고 온 묵은 신문을 들추는데 휙 창문으로 그림자가 지나갑니다. 새 그림자입니다. 문..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12.30
크리스마스 선물 크리스마스 선물 권영상 아침밥을 지어먹고 눈사람을 만들러 마당에 나갔다. 제법 하얗게 눈이 내렸어도 눈뭉치를 굴릴 정도는 아니다. 삽으로 눈을 그러모아 마당 가운데에 눈사람을 하나 만들어 세웠다. 눈 코 입을 만들고, 귀도 붙였다. 내 안에 숨은 오래된 소년이 아카시 한 가지를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12.23
세계를 웃게 해준 아프리카의 익살 세계를 웃게 해준 아프리카의 익살 권영상 한 사람이 태어나 자신이 속한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해야할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마쳤다면 그는 평안하게 안식을 취할 수 있다. 난 그런 노력을 다 했다고 믿고, 그래서 영원히 잠 잘 수 있을 것이다. 넬슨 만델라의 어록 중 한 구절이다. 만델..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12.16
유일한 그리움의 통로 유일한 그리움의 통로 권영상 몇 년 전인가 신문에서 읽은 기사 한 토막이 어렴풋하게 떠오릅니다. 6,25 전쟁 중에 북이 가까운 서해의 어느 섬에서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배를 타고 내려온 북한군이 마을의 남자들을 강제로 북송해갔습니다. 그들 중엔 결혼한 지 며칠 안 된 남자도 있었..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3.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