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가 일러준 생의 비밀 독수리가 일러준 생의 비밀 권영상 창밖에서 참새들 우는 소리가 요란하다. 방안에 앉아 책을 읽다가 불쑥 일어났다. 이런 날 책 읽는 일이 몹쓸 짓 같다. 나는 문을 열고 나갔다. 지붕이 파란, 요 앞 할머니집 늙은 대추나무에 참새들이 소복히 앉아있다. 새소리는 거기만이 아니다. 호밀..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4.05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면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면서 권영상 안성에 내려와 산 지 나흘이 됐다. 매실나무도 심고, 으름덩굴도 꽤 큼직한 놈을 창밖에 심었다. 빈터엔 영춘화 두 그루도 심었다.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엔 이렇다할 울타리가 없었는데, 울타리 대신 측백나무 여덟 그루를 심었다. 그래놓고 나니 헐벗은..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3.31
나는 내게 몇 점이나 줄 수 있나 나는 내게 몇 점이나 줄 수 있나 권영상 영화 <여인의 향기>로 잘 알려진, 다소 싸늘한 캐릭터의 배우 제임스 레브혼. 며칠 전 그의 애석한 죽음과 함께 그가 임종 직전에 썼다는 부고가 일간지에 소개됐다.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유서란 가족에 한정된 글이다. 그러나 부고란 다중..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3.31
나 없는 나흘 동안 나 없는 나흘 동안 권영상 안성에 나무를 심으러 내려갔다. 식목일 즈음이면 양재동 꽃시장이 붐빌 것 같아 미리 움직였다. 울타리로 쓸 측백과 창밖에 심을 으름덩굴과 영춘화를 샀다. 그 말고도 틈틈히 읽을 김종섭씨의 <조선의 노비들>도 한권 구해갔다. 나는 안성에 도착하는 대..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3.31
안성에 내려와 감자를 심다 안성에 내려와 감자를 심다 권영상 안성에 내려와 감자를 심었습니다. 지난 해 늦은 가을에 뜰에 자라는 엉성한 잔디며 풀을 베어내고 밭을 만들었습니다. 스무 평 되는 밭을 만드는데도 손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육체적인 일에 습관이 안 된 몸으로 열흘이 넘도록 괭이와 삽을 들고 살았..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3.19
대체 이혼 안 하고 살 수 있다니! 대체 이혼 안 하고 살 수 있다니! 권영상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한다. 대체 누가 이런 걸 만들었을까. 밥 짓고, 바느질하고, 길쌈하는 일, 꼼꼼히 살림을 꾸려가는 일. 이런 건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처음 결혼이라는 제도와 맞부딪혔을 때는 누군가 참 잘 만들었구나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3.18
내가 읽은 이해인 시인의 시 <내가 읽은 이해인 시인의 시> 원활한 소통의 문을 열다 권영상 (權寧相) 3월 14일. 이 도시에도 지금 봄이 와 있습니다. 북창에서 찌르레기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울음에 파란 봄이 배어있습니다. 나는 다들 출근하고 없는 거실로 나왔습니다. 노란 봄볕이 거실바닥에 소복이 쌓여있습..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3.18
새 학년, 어떻게 출발해야 하나 새 학년, 어떻게 출발해야 하나 권영상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다. 잠깐만요! 하며 젊은 엄마가 아이의 손을 잡고 뛰어 들어왔다. 길에서 만나 함께 오는 모양이다. “느네 반 애들 좋니?” 엄마가 숨을 고르면서 딸아이에게 물었다. “몰라. 요기 명희, 걔 우리 반 왔어.” 여자아이는 3학..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3.14
봄을 기다리며 봄을 기다리며 권영상 겨울이 지루해질 때면 봄을 기다리지요. 예나 지금이나 그랬던 것 같습니다. 펑펑 눈이 내려주길 바라던 것도 불과 두어 달 전입니다. 그런데 폭설을 겪으면서 추위에 시달리자, 그게 몇 달이나 됐다고 또 봄이 오길 기다립니다. 이런 되풀이를 벌써 몇 십 년이나 하..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3.14
젠틀맨, 알랑가몰라 왜 미끈해야하는건지 젠틀맨, 알랑가몰라 왜 미끈해야하는건지 권영상 싸이의 비디오를 볼 때면 늘 나는 나의 상상력을 한탄한다. 나는 왜 젊은 그들처럼 기발하지 못할까. 나는 왜 그들처럼 발랄하지 못할까. 나는 왜 자꾸 나이값을 하려는 걸까. 나는 왜 지난 날의 답답한 형식 안에서 편안히 살려고 할까.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