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누구나 외로움에 취약하다 사람이란 누구나 외로움에 취약하다 권영상 저녁밥을 먹고, 길을 걷기 위해 마을길에 들어섰다. 1시간쯤 걸리는 성당까지 갔다오는 내 나름의 저녁 운동이다. 밤 8시. 가로등이 있을 뿐 실은 어두운 시간대다. 그래도 나처럼 밤길을 걸으러 나온 이들이 드문드문 있다. 그들은 어깨를 흔들..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10.16
아버지의 책반닫이와 어머니의 3층장 아버지의 책반닫이와 어머니의 3층장 권영상 20대 초반, 그 무렵 나는 담배를 즐겨 피웠다. 10대 후반에 배운 담배니까 한창 담배에 맛들릴 때였다. 그 때, 아버지 연세는 지금의 내 나이셨다. 아버지는 더 이상 추운 사랑방에서 혼자 주무실 수 없어 그 방을 내게 넘기고 따뜻한 안방으로 가..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10.07
펜실에서 날아온 가을 풍경 펜실에서 날아온 가을 풍경 가을을 불러들이는 펜실베니아의 전령사들입니다. 하루의 작업이 끝나면 내 친구 류형은 카메라를 차에 싣고 집을 나가 오래된 사냥꾼처럼 가을을 바인더 속에 잡아가지고 돌아옵니다. 그 지극정성이 벌써 3년째입니다. 작가가 글에 전념하듯 그의 사진에 전..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10.07
꽃씨를 받으며 꽃씨를 받으며 권영상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창문을 연다. 눈 부신 햇빛과 파란 하늘이 보고 싶어서다. 오늘도 여전히 티 한 점없이 하늘이 푸르다. 아침 먹은 설거지를 마치고, 텃밭에 나가 순무잎을 갉는 깜장 벌레를 잡고, 바짝 마른 대파밭에 슬렁슬렁 호미질을 좀 해준다. 놀라운 것은..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10.06
나의 담임선생님, 장영실 나의 담임선생님, 장영실 권영상 그때가 언제이던가. 생각할수록 너무도 오래된 과거의 일입니다. 그러나 또한 너무도 또렷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그때가 중학교 3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첫날이었습니다. 3학년이 되었다는 긴장감이 나를 휩싸고 있었습니다. 3학년인 우리들은 새 교..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9.27
단풍나무 그늘에서 우체통을 만들다 단풍나무 그늘에서 우체통을 만들다 권영상 나무판자 두 쪽을 구했다. 우체통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안성에 집을 마련해 놓고 산 지 일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우체통이 없다. 정확히 우편물 수취함이 없다. 백암 철물가게를 지날 때 매장에 빨간 우체통이 있는 걸 보았다. 그러면서도 철물..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9.26
배경이 있는 사진 배경이 있는 사진 권영상 지난여름, 고향에 내려가 하루를 머무는 사이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 몇 장을 찍어왔다. 그때는 몰랐는데 컴퓨터에 올려놓고 보니 달리아꽃 사진이 자꾸 내 눈길을 끌었다. 달리아꽃이 풍기는 서정성 때문도 있겠지만 그 탐스런 꽃의 배경 때문이었다. 달리아꽃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9.22
바다가 불러주는 노래 바다가 불러주는 노래 권영상 대관령을 넘어서자, 바다가 저 멀리 보였다. 고향 강릉이다.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추석을 쇠러 가는 길이니까 당연히 강릉 방향으로 달려야 한다. 그런데 다른 바다가 내 핸들을 왼쪽으로 돌렸다. 양양 속초로 방향으로 돌아선 우리는 북강릉에서 나와 5..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9.14
작은형 작은형 권영상 새로이 산 손수건은 곱고 깔끔하긴 하지만 눈물은 받아들이지 못하지요 적어도 손수건이 손수건이려면 깔깔한 성질은 마땅히 버려야지요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손 안에 포근히 잡히는 엄마의 낡은 치맛자락 같은 부드러움 손수건이 손수건일 테면 그래야겠지요 알맞게..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9.14
펜실베니아의 익어가는 가을 펜실베니아의 익어가는 가을 지난 가을 펜실베니아에 살고 있는 내 친구 류형이 보내온 그쪽의 가을입니다. 그쪽도 이쪽처럼 가을이 오고 가을을 지나가는 철새가 오고 억새가 피나봅니다. 01 02 03 한 때 아름답던 가을도 깃털처럼 날아가버리고 말겠지요 남는 것은 박새 한 마리 산록을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