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옥도 갔는데 한 번 만나 김자옥도 갔는데 한 번 만나 권영상 전에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던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한번 만나 밥이나 먹자는 거다. 전화라곤 안 하던 친구다. 나도 바쁘고 그도 바빴다. 마지막 통화를 한지 1년은 됐을 성 싶다. 대전 어디쯤에 매제가 운영하는 회사에 운 좋게도 자리가 생겨 떠나..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11.22
그녀에게 가을이 왔다 그녀에게 가을이 왔다 권영상 거기 여자가 서 있다. 지난 월요일 아침에도 서 있었는데 닷새가 지난 토요일 아침에도 여전히 거기 서 있다. 그들의 평균키로 본다면 큰 키가 아니다. 그렇다고 작은 키도 아니다. 평균치의 키를 가졌기에 그녀는 늘 시선 밖에 머물러 있었다. 보면 보이거나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11.17
굴뚝 연기 굴뚝 연기 권영상 서울 갈 일을 내일로 미루었다. 서울 일이 미루어졌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스물네 시간이라는 하루가 공으로 떨어진 느낌이다. 처음엔 이 생광스런 시간을 어쩔꼬 했지만 시골살림이란 찾아보면 손 갈 일이 적지 않다. 오전엔 집 주변 설거지를 하고, 오후엔 콩을 깠다.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11.13
씨 뿌리는 사람의 도덕성 씨 뿌리는 사람의 도덕성 권영상 아침마다 일어나면 창문부터 연다. 서리 때문이다. 입동 지난 지도 오랜 11월 중순이다. 어제는 마당이 눈이 내린 듯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동네 배추밭에도, 마을 지붕에도 된서리가 내렸다.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창밖을 내다봤다. 가슴이 쿵 내려앉..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11.13
나를 길들여온 것들 나를 길들여온 것들 권영상 창문을 열었다. 날이 흐려 우중충하다. 멀리 동해안 지방에 비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그 영향인가 보다. 어제가 입동이다. 벌써 시골 풍경이 으스스하다. 길 건너편 언덕의 참나무숲 참나무들이며 집마당의 배롱나무와 산딸나무가 잎을 다 떨군지도 오래다.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11.08
조금 모자라는 듯한 인생 조금 모자라는 듯한 인생 권영상 딸만 하나인 나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가정사를 경험한다. 그 중 하나가 밥에 관한 일이다. 만일 내게 아들이 있다면 아버지인 내가 먹는 일을 자식인 아들도 척척 따라주며 식성을 공유할 거다. 내가 순대국을 청하면 순대국을, 추어탕을 청하면 추어탕..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11.03
낙엽을 쓰는 아침 낙엽을 쓰는 아침 권영상 아파트 마당을 쓰는 비질소리에 아침잠에서 깼다. 일어나 창밖을 보니 관리소분이 긴 대나무비로 마당길을 쓴다. 시멘트 블록을 깐 길이라 비질소리가 유난히 싸락싸락 들린다. 비질하는 그분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가을이 깊다. 건너편 살구나무 잎엔 초록물..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10.31
방에 들어온 벼메뚜기 방에 들어온 벼메뚜기 권영상 가을 상추로 점심을 먹고 서울서 가져온 묵은 신문을 들추고 있을 때다. 거실바닥에서 뭔가 탁, 하는 소리가 났다. 펼쳐든 신문 바깥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메뚜기다. 벼메뚜기. 놀라운 일이다. 어쩌자고 벼메뚜기가 거실 안에 들어왔다. 빤히 보고 있는 나를 ..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10.27
행복 한 자루 행복 한 자루 권영상 23일이 상강이니 상강이 지난 뒤 고구마를 캐리라 했다. 상강에 서리가 내리니까 서리 내리면 고구마 순은 서리에 견뎌내지 못한다. 23일이 내일이니 뭐 꼭 그 절기대로 서리가 내릴까 그런 생각으로 느긋이 내려왔다. 근데 내려와 보니 고구마 밭이 된통 서리를 맞았..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10.24
상처난 모과가 향기롭다 상처난 모과가 향기롭다 권영상 천둥소리에 눈을 떴다. 아직 컴컴한 새벽이다. 빗소리가 베갯맡으로 물밀듯 밀려온다. 밤부터 내린다던 비 예보가 떠오른다. 여태 파란 가을하늘만 보아와서 그런지 천둥과 빗소리가 생경하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나가는 거실 문을 열었다. 건너.. 오동나무가 쓰는 산문 2014.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