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니 고니 이동운 흰구름 건져 먹고 별 건져 먹고 새하얀 꽃이 된다. 연꽃이 된다. 갈대숲에도 한 송이 조으는 듯 동동 바윗그늘에도 한 송이 꿈꾸는 듯 동동 흰구름 건져 먹고 달 건져 먹고 떠다니는 꽃이 된다. 연꽃이 된다. 마을 뒤 솔밭 너머엔 뒷버덩이라는 넓은 들녘이 있지요. 추위를 견..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6.01.25
봄편지 봄편지 서덕출 연못가에 새로 핀 버들잎을 따서요 우표 한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면 작년에 간 제비가 푸른 편지 보고요 조선 봄이 그리고 다시 찾아옵니다. 아파트가 없던 시절입니다. 휴대폰도 없던 때지요. 전화라 해봐야 한 마을에 한두 대쯤 있을까 말까하던 시절입니다. 물론 인터..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5.12.27
걱정 걱정 김원룡 걱정이 낙엽처럼 쌓인 우리 집 언제나 봄바람이 불어오려나. 꼬부랑 할머니는 병나서 걱정 아버지 어머니는 가난해 걱정 언니와 오빠는 공부 못 해 걱정 나는 나는 보기가 정말 딱해 걱정 언제나 우리 집에 웃음꽃이 피려나 일하면 잘 사는 좋은 세상 오려나. 내 친구 돈만이..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5.11.24
첫봄 첫봄 박고경 땅바닥을 텅! 내려디디면 물숙하니 들어가는 힘나는 첫봄. 새해가 오면 봄도 멀지 않지요. 먼 남쪽으로 잔뜩 기울어진 해는 점점 위로 올라옵니다. 하루에 쌀알 반만큼씩 북반구를 향해 올라온다고 했습니다. 그 해가 어느 날 쿵, 하고 이 땅에 햇살보따리를 풀어놓으면 봄이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5.10.29
꼬마야 꼬마야 꼬마야 꼬마야 전래동요 꼬마야 꼬마야 줄을 넘어라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꼬마야 꼬마야 땅을 짚어라 꼬마야 꼬마야 만세 불러라 꼬마야 꼬마야 자알 가거라 겨울은 신나지요. 놀 일이 많거든요. 눈싸움을 해야지요. 팽이치기를 해야지요. 연을 만들어 날리다가 싫증나면 강가에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5.09.22
달밤 달밤 조지훈 순이가 달아나면 기인 담장 위로 달님이 따라오고 분이가 달아나면 기인 담장 밑으로 달님이 따라가고 하늘에 달이야 하나인데....... 순이는 달님을 데리고 집으로 가고 분이도 달님을 데리고 집으로 가고 달이 환한 밤이면 하나 둘 아이들이 동네 우물가로 모여듭니다. 분이..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5.08.24
편지 편지 오장환 누나야, 편지를 쓴다. 뜨락에 살구나무 올라갔더니 웃수머리 둥구나무 조그맣게 보였다. 누나가 타고간 붉은 가마는 둥구나무 샅으로 돌아갔지. 누나야, 노랗게 익은 살구도 따먹지 않고 한나절 그리워햇다. * 웃수머리- 윗마을, 동구나무- 정자나무 * 샅 - 여기서는 ‘나뭇가..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5.07.17
샘물이 혼자서 샘물이 혼자서 주요한 샘물이 혼자서 춤추며 간다. 산골짜기 돌 틈으로 샘물이 혼자서 웃으며 간다. 험한 산길 꽃 사이로 하늘은 맑은데 즐거운 그 소리 산과 들에 울린다. 깊은 산속 작은 바위 밑에 샘이 있지요. 샘은 퐁퐁 솟았지만 샘물은 제가 태어난 바위 밑 샘이 너무 좁았습니다.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5.06.27
풀잎 풀잎 박성룡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잎 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5.05.21
굴렁쇠 굴렁쇠 정우해 내 동무는 굴렁쇠 뜻 맞고 정들은 내 동무는 굴렁쇠. 놀 때두, 심부름 갈 때두, 언제나 안 떨어지는 내 동무는 굴렁쇠. 학교 길 십 리도, 굴렁쇠 앞세우고 나서면 먼 줄을 모르지요. 읍내에서 일을 보고 돌아오시던 아버지가 굴렁쇠 하나를 구해오셨지요. 굴렁쇠란 자전거 바..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5.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