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 샘물 김달진 숲 속의 샘물을 들여다본다. 물속에 하늘이 있고 흰 구름이 떠가고 바람이 지나가고 조그마한 샘물은 바다같이 넓어진다. 나는 조그마한 샘물을 들여다보며 동그란 지구의 섬 위에 앉았다. 날마다 샘을 보러 집에서 가까운 동네 산에 갑니다. 거기엔 나만의 샘이 있지요. 산..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6.12.25
그냥 알아요 그냥 알아요 김신철 멀리서 나의 이름 크게 부를 때 보지 않아도 엄마 목소리 그냥 알아요. 밖에서 투벅투벅 누가 오실 때 보지 않아도 엄마 발자국 그냥 알아요 저녁 해가 지는데 읍내 장에 가신 엄마가 오지 않습니다. 엄마를 마중하러 마을 앞 고갯길까지 나가봤지요. 길은 고요합니다...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6.11.30
군인 아저씨 군인 아저씨 여영택 군인 아저씬 발을 맞추어 추운 아침 날마다 한길을 뛰며 하낫 둘, 하낫 둘 많이 센다는 게 하낫 둘 셋 넷, 하낫 둘 셋 넷 우리 아기 이불 속에서 일곱 여덟 아홉 열, 잘도 세는데 아침마다 세어도 군인 아저씬 하낫 둘 셋 넷, 하낫 둘 셋 넷. 강화 파주 연천 철원 화천 양..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6.10.14
홀어미 까치 홀어미 까치 김기진 까치야, 까치야, 바람이 분다. 감나무 가지에 바람이 분다. 감나무 잎새는 어디로 가고 바람이 네 집을 건너 다니노. 까치야, 까치야, 바람이 운다. 저녁의 찬바람이 가지에 운다. 감나무 가지에 홀어미 까치 올 겨울 나기에 쓸쓸하겠네. 집 앞에 늙은 밤나무 한 그루가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6.09.26
오빠 생각 오빠 생각 최순애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구두 사 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한때, 나라를 일본..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6.08.29
저녁에 저녁에 김광섭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늦은 저녁, 대문을 열고 나가다가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6.06.23
개구리 소리 듣는 밤 개구리 소리 듣는 밤 유정 멍석을 깔고 밖에서 자도 좋은 시절이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아버지 순례 막둥이 모두 머리를 나란히 하고 먼 개구리 소리를 듣습니다. 개굴 개굴 개굴 개개개 개개! 개-굴 개-굴 지난해엔 형님과 같이 누워 듣던 개구리....... 손을 들면 별하늘이 닿을 듯한 따뜻..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6.05.26
비 오겠다 비 오겠다 류선열 개미가 줄을 졌다 비오겠다. 바람이 스산하다 비가 오겠다. 지금쯤 울엄마 이랑 세겠다. 콩밭 매다 말고 남은 이랑 세겠다. 새들이 낮게 난다 비오겠다. 먹구름 모여든다 비가 오겠다. 지금쯤 누야는 염소 몰고 오겠다. 하얀 염소 깜장 염소 껄쭉껄쭉 오겠다. 아버지는 늘..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6.04.20
갈잎의 피리 갈잎의 피리 한정동 그 누가 부는지요. 갈잎의 피리 사람은 안 보이고 강 건너 저 편 이따금 파란 물결 넘실거리면 오라구 가라군지 갈새가 운다. 강가엔 아지랑이 졸고 있는데 그 누가 부는지요, 갈잎의 피리 예전이지요. 봄이 되면 갯가에 소 먹이러 나가지요. 소도 한겨울 외양간에 갇..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6.03.07
기다림 기다림 송돈식 징용 가신 아버지를 어머님 함께 애태우며 기다리던 언덕. 이 언덕에서 오늘은 떠나가신 형님을 기다립니다. (후략)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언덕이 있지요. 마을의 이쪽과 저쪽을 나누는 경계가 그 언덕입니다. 대체로 마을은 산으로 빙 둘러쳐진 언덕을 넘어 우묵한 곳..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