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김광섭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늦은 저녁, 대문을 열고 나가다가 문득 하늘을 봅니다. 내 눈에 별 하나가 들어옵니다. 대문앞 고욤나무 가지 끝에 뜬 별. 그별이 유독 반짝입니다. 유독 커 보입니다. 유독 허리를 숙여 나를 똑똑히 내려다봅니다.
골목길을 한 바퀴 돌아오는데 그 별이 다시 눈에 띕니다. 9월의 가을밤 하늘에는 별도 많습니다. 그 많은 별 중에 하필이면 그 별입니다. 다시 보니 여느 별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데도 그 사이 눈에 익어 그럴까요. 그별이 한눈에 쏙 들어옵니다. 어쩌면 저 별이 나를 지켜주는 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할머니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를 지켜주는 별도 하나 저 하늘에 태어난다는.
“할머니, 그럼 내가 태어날 때도 별 하나 태어났겠네요?”
“그럼. 물론이지.”
그때 할머니는 서슴지 않고 대답하셨지요.
그러면서 자신의 별과의 만남은 한 순간의 눈 맞춤으로 온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 나는 유독 반짝이는 저 별과 눈 맞춤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오래오래 그별을 쳐다봅니다. 볼수록 그 별이 할머니께서 말씀하신 내 별이지 싶습니다.
(소년 2016년 9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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