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소리 듣는 밤
유정
멍석을 깔고
밖에서 자도 좋은 시절이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아버지 순례 막둥이 모두
머리를 나란히 하고 먼 개구리 소리를 듣습니다.
개굴 개굴 개굴
개개개 개개!
개-굴 개-굴
지난해엔 형님과 같이 누워 듣던
개구리.......
손을 들면
별하늘이 닿을 듯한 따뜻한 밤입니다.
저녁밥은 마당가 오동나무 아래에서 먹지요. 밭일을 하시느라 늦게 돌아오신 아버지와 엄마, 집에서 저녁밥을 짓는 누나들, 갯가에서 소를 먹이느라 늦게 돌아온 나. 우리 식구 다섯은 어둠이 내리는 마당에 멍석을 깔고 앉아 딸깍딸깍 저녁밥을 먹지요.
“이슬 맞지 말고.”
저녁밥이 끝나면 아버지는 생풀 한 아름을 모깃불에 얹고 방안에 들어가십니다. 생풀 연기는 저혼자 뭉깃뭉깃 피어오릅니다. 그 사이 별들이 뛰쳐나와 반짝입니다.
별 중에서도 제일 먼저 찾는 별은 북두칠성입니다. 북두칠성은 별들의 방위를 재는 여름밤 하늘의 나침반이지요. 별은 많습니다.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학교에서 별자리를 배워온 누나는 내게 별이름을 가르쳐 주지요. 큰곰, 카시오페이아, 안드로메다, 오리온과 사자자리, 마차부...... 그 많은 별들 사이로 길게 남쪽으로 출렁출렁 흘러가는 은하수.
누나 곁에 누워 눈을 감으면 그제야 담장 너머 앞논의 개구리 소리가 들려옵니다. 개구락찌구락 개구락찌구락 무논 한 자리를 둘러메어칠 듯 개구리들이 울어댑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모깃불은 모깃불 대로 천천히 피다가 사그라듭니다. 어느덧 밤이 이슥해졌습니다.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별을 보던 그 옛날의 여름밤이 그립습니다.
<소년> 2016년 8월호, 글 권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