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송돈식
징용 가신 아버지를
어머님 함께 애태우며 기다리던
언덕.
이 언덕에서
오늘은 떠나가신 형님을 기다립니다.
(후략)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언덕이 있지요. 마을의 이쪽과 저쪽을 나누는 경계가 그 언덕입니다. 대체로 마을은 산으로 빙 둘러쳐진 언덕을 넘어 우묵한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마을로 들어오거나 마을을 나가려면 누구나 이 언덕을 넘어야 합니다.
오래 전, 이웃나라 일본이 35년 동안이나 우리나라를 빼앗아 지배하던 때가 있었지요. 그때 그들은 우리의 말과 글을 빼앗았지요. 그리고 우리나라 청년들을 강제로 뽑아 먼 전쟁터에 내보냈습니다. 그걸 징용이라 합니다. 강제로 징용을 가실 때 아버지는 마을 언덕에서 식구들과 슬픈 작별을 하였지요. 그 후, 엄마는 아버지가 탈없이 전쟁터에서 돌아오시길 이 언덕에 올라 빌었습니다.
어느 해던가요. 일본이 전쟁에서 패해 저들 나라로 쫓겨갔습니다. 그 5년 뒤입니다. 이번엔 모자에 별을 단 북쪽 군대가 6월 어느 날, 남쪽으로 쳐내려왔습니다. 나이 먹은 아버지가 아니라 이번엔 형님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에 갔습니다. 그럴 때에도 형님은 마을의 언덕을 넘었습니다. 그 후, 나는 형님이 탈없이 돌아오길 이 언덕에서 기다렸습니다. 이게 우리나라이며, 마을 언덕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소년> 2016년 6월호 글 권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