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김원룡
걱정이 낙엽처럼 쌓인 우리 집
언제나 봄바람이 불어오려나.
꼬부랑 할머니는 병나서 걱정
아버지 어머니는 가난해 걱정
언니와 오빠는 공부 못 해 걱정
나는 나는 보기가 정말 딱해 걱정
언제나 우리 집에 웃음꽃이 피려나
일하면 잘 사는 좋은 세상 오려나.
내 친구 돈만이는 맏이입니다.
돈만이는 밑에 동생이 있고, 그 밑에 또 동생이 있고, 그 밑에 또 동생이 있고, 그 밑에 또 동생이 있는, 다 쓰러져가는 오막살이집의 맏아들이지요. 어쩌다 빵을 하나 얻으면 돈만이는 한 입 꾹 깨물어 먹고 제 밑 동생에게 주지요. 그러면 그 밑의 동생도 한 입 물어먹고 제 밑 동생에게 주고, 그 밑의 동생도 제가 먹을 만큼 한입 베어 먹고 또 제 밑 동생에게 주지요. 그 밑의 동생이 그 밑의 동생에게 빵을 건네줄 때면 이미 빵은 손톱만큼 작아져 있지요. 그래서 돈만이네 막내동생은 늘 누런 코를 훌쩍거리며 울었지요.
가난한 돈만이 아버지는 조그마한 뙈기밭에 고구마를 심었고, 엄마는 남의 집에 허드렛일을 하러 다녔지요. 우리가 돈만이네 마당에서 뛰어놀 때면 돈만이는 제 동생 넷을 흘끔흘끔 돌보며 뛰었지요. 그러느라 내기를 하면 번번히 졌지요.
“울 아버지 말이 봄 되면 우리 물고구마밭에 감자 심는댔다.”
돈만이는 자기가 지는 이유를 물고구마를 먹기 때문이라 여겼지요. 감자를 먹게 되면 힘이 생겨 우리를 이길 거라며 봄이 오기를 까마득히 기다렸지요.
문틈으로 찬바람이 들이치는데도 돈만이네가 무사히 겨울을 날 수 있었던 건 감자를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던 거지요.
(소년 2016년 2월호, 글 권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