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고니

권영상 2016. 1. 25. 23:19


고니

이동운



흰구름 건져 먹고

별 건져 먹고

새하얀 꽃이 된다.

연꽃이 된다.



갈대숲에도 한 송이

조으는 듯 동동

바윗그늘에도 한 송이

꿈꾸는 듯 동동



흰구름 건져 먹고

달 건져 먹고

떠다니는 꽃이 된다.

연꽃이 된다.

    

 

마을 뒤 솔밭 너머엔 뒷버덩이라는 넓은 들녘이 있지요. 추위를 견뎌낸 보리가 크고, 감자씨를 넣느라 거름내가 풍기는 뒷버덩길을 달려가면 그 끝에 조용히 숨어있는 호수 하나.

호수엔 건너편 산과 마을에 슬며시 내려와 있고, 구름이 떠 있고, 아직 북쪽으로 돌아가지 못한 철새들이 모여 있지요. 청둥오리는 청둥오리끼리, 쇠기러기는 쇠기러기끼리, 고니는 고니끼리.

오리나 기러기는 아무데서나 떼지어 헤엄을 치고, 자맥질을 하고, 수다를 떨고, 툭 하면 날아올랐다가 툭 하면 내려앉지요. 그러나 고니는 다릅니다. 인적이 드문 곳이나 호수 한가운데에 유유히 떠 있지요. 많아야 예닐곱 마리. 크고 우아하고 늠름한 게 참 잘 생겼지요. 덩치에 맞게 늘 한 자리에 머물지요. 마치 꿈을 꾸듯이 마치 명상에 잠기듯이, 아니 홀연히 피어난 연꽃 같이 고요히.

살았니? 죽었니?”

그게 연꽃인지 고니인지 모를 때 아이들은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소리치지요. 그럴 때에 희고 커다란 날개로 호수를 차며 날아오르는 고니들의 모습이란!

어쩌면 그렇게 날아오른 김에 고니들은 저들이 살던 먼 시베리아로 돌아가지요. 지난해 10월 하순에 와서 겨울을 나고 돌아가는 지금은 4.

천연기념물 제 201호로 지정된, 우리가 잘 돌보아야할 겨울철새입니다.

(소년 2016년 4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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