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편지
서덕출
연못가에 새로 핀
버들잎을 따서요
우표 한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면
작년에 간 제비가
푸른 편지 보고요
조선 봄이 그리고
다시 찾아옵니다.
아파트가 없던 시절입니다. 휴대폰도 없던 때지요. 전화라 해봐야 한 마을에 한두 대쯤 있을까 말까하던 시절입니다. 물론 인터넷 이메일도 없던 때입니다. 그 무렵 한길을 걷다보면 자주 눈에 띄는 것이 있었지요. 바로 우체통, 빨간 우체통입니다.
전학 간 친구가 그립거나, 멀리 베트남 전쟁에 나가신 삼촌의 안부가 궁금하면 밤 늦도록 편지에 내 마음을 적었지요. 편지를 다 쓰면 봉투 위에 또박또박 주소를 쓰고 이름을 써서 밥풀로 붙였지요. 그러고는 우표가게에 가 우표를 사들고 호오오, 우표에 입김을 불어 편지 겉봉에 붙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할 일이 하나 남았습니다.
발끝을 세워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 일입니다. 편지를 넣습니다. 우체통 안에 편지 떨어지는 소리가 달각, 납니다. 그러고도 얼른 돌아서지 못합니다. 이 편지가 제대로 전해질까 그게 걱정이어서 몇 번이고 우체통을 만지고 또 만져봅니다.
그렇게 편지를 부치고 돌아서면 마음이 뜁니다. 내 편지를 받고 기뻐할 그 사람 얼굴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머지않아 그로부터 받게 될 답장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시절엔 그런 것이 기쁨이었고, 그런 것이 행복이었습니다.
봄이 오면 나도 그 누군가에게 봄편지를 써야겠네요. 그러면 강남으로 간 제비가 다시 돌아오듯 내게 답장이 돌아올 테지요.
(소년 2016년 3월 글, 권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