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꼬마야 꼬마야

권영상 2015. 9. 22. 20:06

 

 

 

 

 

 

꼬마야 꼬마야

전래동요

 

 

 

꼬마야 꼬마야 줄을 넘어라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꼬마야 꼬마야 땅을 짚어라

꼬마야 꼬마야 만세 불러라

꼬마야 꼬마야 자알 가거라

 

 

 

겨울은 신나지요. 놀 일이 많거든요. 눈싸움을 해야지요. 팽이치기를 해야지요. 연을 만들어 날리다가 싫증나면 강가에 나가 얼음지치기를 하지요. 여자애들도 두 사람만 모이면 공기놀이, 세 사람 네 사람 모이면 고무줄놀이를 할 테지요. 남자애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놀이가 고무줄놀이지요. 아니 감히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샘나는 놀이지요. 그래서 짓궂은 남자애들은 오묘하게 하는 고무줄놀이를 보면 달려들어 고무줄을 끊거나 채어가거나 훼방을 놓기 일쑤지요.

줄만 있으면 재미나게 놀 수 있는 놀이 중에 줄넘기놀이가 있지요. 마주 보고 돌리는 줄 안에 뛰어들어 줄에 걸리지 않게 뛰다가 줄밖으로 나가는 놀이랍니다. 뒤를 돌아라! 하면 돌아야 하고, 땅을 짚어라! 하면 짚어야 하지요. 만세를 부르라! 하면 만세를 부르고,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합니다.

그냥 재미삼아 하면 재미있는 놀이지만 어떻게 보면 줄 안의 세상이란 것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에 가야하고, 돌아와선 고무줄 속 세상처럼 또 학원에 가고, 밤늦게까지 숙제에 매달려야 하는 것 말이지요. 고무줄넘기가 그렇듯 우리도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힘에 의해 하라는 대로 하루종일 깡충깡충 숨가쁘게 뛰며 살아가는지 모릅니다.

(소년 2015년 12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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