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샘물이 혼자서

권영상 2015. 6. 27. 11:03

 

 

 

 

 

 

 

 

 

샘물이 혼자서

 

 

주요한

 

 

샘물이 혼자서

춤추며 간다.

산골짜기 돌 틈으로

 

 

샘물이 혼자서

웃으며 간다.

험한 산길 꽃 사이로

 

 

하늘은 맑은데

즐거운 그 소리

산과 들에 울린다.

 

 

 

깊은 산속 작은 바위 밑에 샘이 있지요. 샘은 퐁퐁 솟았지만 샘물은 제가 태어난 바위 밑 샘이 너무 좁았습니다.

“더 넓은 세상으로 가 볼 테야.”

샘물은 샘을 밀치고 나갔습니다. 역시 바깥세상은 넓습니다. 그러나 또 험하기도 했습니다. 돌 틈을 비집고 땅속으로 들어가거나 나무뿌리를 타고내리기도 했습니다. 벼랑을 만나면 벼랑을 뛰어내리고, 바윗돌을 만나면 바위를 빙 에돌아 달렸습니다. 그렇게 숨 가쁘게 달리기도 했지만 때론 쉬어갈 곳도 있었습니다. 그때쯤 샘물은 돌 틈에 핀 꽃을 봅니다. 샘물은 슬그머니 다가가 물 한 모금을 건넵니다. 노래하는 새들에게도 한 모금씩 꼴깍 물을 줍니다.

“마을로 내려가 보렴. 목마른 염소들이 너를 기다릴 거야.”

물을 마시고난 새들이 그런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샘물은 마을을 찾아 나섰습니다. 샘물은 샘물을 만나 더 큰 골짝물이 되고, 골짝물은 또 골짝물과 만나 도랑물이 됩니다. 도랑물은 촐랑촐랑 마을을 지납니다. 염소에게 물 한 모금 주러가는 도랑물은 신납니다. 가다가 마른 논의 물도 대주고, 가다가 우렁이 목욕도 시켜줍니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샘물은 즐겁기만 합니다.

(소년 2015년 8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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