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불
박화목
초롱불 하나
호-이.
멀리서 깜박깜박
어둠 타고 내려온다.
하늘엔 일곱별이 반짝반짝
밤 깊어가는 고갯길에
초롱불 하나 깜빡깜박
졸며 내려온다.
언니가 돌아오는가 봐
초롱불 하나 호-이.
해가 져도 엄마는 안 옵니다. 엄마는 읍내에 옥수수를 팔러가셨지요. 아직 옥수수를 다 팔지 못한 모양입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다 팔리길 기다리고 있을 테지요. 날이 컴컴해도 안 옵니다.
손전등을 찾아들고 누나랑 엄마를 바래러 갑니다. 엄마가 돌아오는 길엔 어이넘고개가 있습니다. 호랑이 무서워 어이 넘을까 해서 생겨난 고개입니다. 마을에서 떨어진 외지고 높은 고개입니다.
“누나, 무서운데 손전등 켜고 가자.”
“약 닳으면 어쩌려고!”
누나는 배터리 나갈까봐 손전등도 못 켜게 합니다.
간신히 어이넘고개에 올라섭니다. 기다려도 엄마는 안 옵니다. 호랑이가 달려 나올 것처럼 깜깜한 숲이 자꾸 부스럭댑니다.
“엄마아!”
무서워 엄마를 소리쳐 부릅니다. 대답이 없습니다. 엄마는 어디쯤 오고 있을까. 반짝이는 별을 쳐다보며 또 엄마를 불러봅니다. 엄마는 오지 않습니다. 아직도 옥수수가 다 팔리지 않은 모양입니다. 엄마 오는 길을 향해 반짝 반짝 손전등을 비춥니다.
“영상이냐!”
저쯤 모롱이 길에서 엄마 목소리가 납니다. 엄맙니다. 엄마는 깜깜한 밤인데도 내 목소리를 아셨던 거지요.
(소년 2015년 6월호 글 권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