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갈이
김오월
쟁기질
소가
욱-욱- 가네.
땅이
푹푹
푹 푹 파지네.
봄이 오면 한겨울 웅크리고 지내던 아이들이 제일 먼저 기지개를 켭니다. 마구 달리고 싶어하지요. 소리치고 싶어하지요. 돌멩이를 보면 멀리 던지고 싶고, 친구를 만나면 허리춤을 틀어잡고 한판 씨름을 하고 싶지요.
“그러지 말고 우리 축구할래?”
누가 그런 말 꺼내기가 무섭지요.
어떻게 알았는지 아이들은 마을 앞 둑새풀이 파랗게 크는 논벌에 모여듭니다. 거기서 편을 갈라 해가 지도록 축구를 하지요. 쿨럭쿨럭 바람 빠진 축구공 하나로 마치 세상을 다 휘어잡을 듯 논벌을 뛰지요. 마치 외양간을 뛰쳐나온 목매기송아지처럼, 마치 골목을 빠져나온 푸른 바람처럼 지칠 줄 모르고 논벌을 뛰고 뛰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다 논갈이를 하는 대길이 아저씨를 보았습니다. 둑새풀꽃 가득히 핀 논바닥이 쟁깃날에 넘어갑니다. 겨울 내내 힘을 기른 대길이 아저씨네 누렁소가 푹푹 논을 갈아엎습니다. 쩔렁쩔렁 워낭소리를 내며 소는 깊이깊이 땅을 뒤집어엎고, 쟁기를 잡은 대길이 아저씨 손에 힘줄이 불뚝 섭니다.
이제부터 논은 바쁩니다.
모를 내고, 가을 한철 누렇게 벼를 키워내야 합니다. 그것을 꿈꾸는 대길이 아저씨 손에 자꾸 힘이 들어갑니다.
(소년 2015년 4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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