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봄 향기가 나는 나무

권영상 2014. 11. 26. 15:17

 

 

 

 

봄 향기가 나는 나무           

김요섭    

 

 

 

 

나무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한 아이가 나무 위로 슬슬 기어오른다.

 

나뭇잎이 서걱이는 사이로

또 한 아이가

또 한 아이가

나무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나무는 봄비 소리 같은 울음으로

울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무 위에서

아이들은

흔들리는 가지에 한참 귀를 기울였다.

 

아니 아니

봄 향기가 나무에서 나고 있었다.

 

 

 시골아이들은 나무 오르기를 좋아하지요. 누가 나무 위에 보물을 숨겨놓기라도 한 것처럼 나무만 보면 오르고 싶어 안달이지요. 봄이면 새들이 정말이지 나무 우듬지에 보물을 숨겨놓지요. 작고 예쁜 새둥지. 새들에겐 그게 보물 중의 보물이지요.

짓궂은 애들은 그걸 보면 못 참지요. 그 속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지요. 알은 몇 개나 낳았는지, 아기 새는 얼마나 예쁜지. 하지만 새들은 그런 애들이 싫어 둥지를 틀어도 높다란 우듬지에, 아니면 아슬아슬한 가지 끝에 종지만 하게 틀지요.

암만 그래도 애들은 나무를 타지요. 그 중에는 나도 있었지요. 나도 손바닥에 페페 침을 발라 아름드리 소나무를 타고 올랐지요. 오르다가 오르다가 힘이 빠지면 소나무 둥치를 꼭 껴안고 숨을 고르지요. 그럴 때에 나무 몸에서 나던 봄내. 그건 알싸하게 풍기는 솔향기였지요. 파란 그 솔향기가 내게 말했어요.

“봄날엔 남의 둥지를 엿보지 마라.”

그 말에 가슴이 뜨끔해 그만 내려온 적이 있지요. 아니 어쩌면 더 이상 오를 힘이 없어 내려왔을지도 모르겠네요. 새가 알을 낳던 그 맘쯤엔 나무마다 나무 향기가 한창이었지요.

(소년 2015년 2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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