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빵집 아이

권영상 2014. 9. 23. 11:06

<시인이 들려주는 우리 동시>2014년 12월호

 

 

 

 

 

 

빵집 아이

허명희

 

 

빵집 아이 옆에 서면

고소한 빵 냄새가 난다.

머리카락에서도

옷깃에서도

노랗게 잘 익는

고소한 냄새 난다.

아무도 몰래

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

 

내게도 고소한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

 

 

엄마를 따라 동네 구름빵 가게에 갔지요. 유리문을 여니, 고소한 냄새가 가득히 밀려옵니다. 엄마는 내 손에 빈 바구니를 쥐어 주며 진열대 앞으로 갔습니다. 나도 엄마를 따라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진열대 쪽으로 갔지요.

 

엄마는 생각이 많은 얼굴로 찬찬히 진열대 안을 들여다봅니다. 설탕을 촘촘촘 뿌린 도넛, 촉촉한 꽈배기, 먹어보지 않고도 느낄 수 있는 달콤한 초콜릿빵, 산딸기빵, 치즈케익, 그리고 생크림 케익.

 

나는 생크림 케익 앞에 멈추어 섰습니다.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엄마가 내 손을 꼭 쥐더니 엉뚱하게도 둥근 모자 모양을 한 식빵을 집어 듭니다.

 

“엄마, 생크림!”

나는 눈처럼 하얗고 부드러운 생크림 케익을 가리켰습니다. “그건 아빠 생일에.” 엄마가 내 귀에 대고 속삭입니다. 그러며 우리밀로 만들었다는 쿠키를 골라 “모양은 이래도 몸에 좋은 거란다.”하시며 바구니에 담습니다. 엄마가 미웠지만 아무려면 또 어떻나요.

 

계산을 하고 엄마랑 구름빵 가게에서 나올 때 나는 몇 번이나 내 손을 코에 댔습니다. 손끝에 배어있는 고소한 쿠기 냄새 때문입니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맛있고 고소한 빵 굽는 사람이 되어볼까? 오늘은 종일토록 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소년 2014년 12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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