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동네에 베트남에서 시집온 ‘깜언 아줌마’가 있습니다. 이제 그 깜언 아줌마는 구병이 엄마가 됐습니다. 구병이는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그런데도 구병이는 베트남 외갓집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버스타고 가는 게 아니니까 어렵지.” 어른들은 그럽니다.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니까 돈이 많이 든다는 뜻입니다. 가끔 구병이 집에 놀러 가면 구병이가 지도를 꺼내 보여줍니다. “우리 엄마 나라가 여기야.” 그러며 우리나라로부터 멀리 떨어진 베트남을 가리킵니다. 그러고는 연필 끝으로 하노이와 사파라는 도시의 중간에 있는 한 점을 가리킵니다. “손라라구 거기가 구병이네 외갓집 동네다.” 구병이 엄마가 고향을 바라보듯 그곳을 바라봅니다. 가시고 싶겠지요. 구병이가 여덟 살이 되도록 고향에 가지 못했으니까요. 아무리 멀대도 이렇게 지도를 펴놓고 보면 금방 가는, 그곳이 구병이 외갓집입니다. “엄마가 말했는데, 여름이면 개울에서 목욕도 하고 그랬대..” 구병이가 지도를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그 작은 점에서 깔깔대며 목욕하는 아이들 목소리가 울려나올 것만 같습니다. 비행기를 타야만 가는, 멀지만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 구병이 외갓집이 있습니다. (소년 2014년 10월호 글, 권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