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집 아기
한인현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스르르 팔을 베고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 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집은 바다 가까이에 있었지요. 문 밖을 나와 아카시나무 길 건너 철길에 올라서면 동해가 파랗게 누워있는 곳. 거기에 작은 어촌이 있었습니다. 거기 사는 사람들은 주로 고기잡이배를 탔지요. 아버지가 배를 타면 그 아들도 커서 배를 타고, 그 아들의 아들들도 늠름하게 자라면 다들 배를 탔지요.
안개가 끼는 날이면 나는 동무들과 그 바다에 놀러가곤 했지요. 안개 낀 바다는 마치 열대의 밀림 같습니다. 그 밀림에선 낯선 동물들의 울음소리처럼 쉬지 않고 파도소리가 들려나왔지요. 그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모랫벌을 달리거나 공중제비를 하거나 공놀이를 하거나 그러다가도 심심하면 바다를 향해 손나팔을 하고 소리쳤지요.
“이 비겁한 코 큰 코끼야! 숨지 말고 나와라!”
안개 자옥한 바다 너머에 있을 코끼리를 불렀지요.
“아부지! 안개 조심하세요!”
그러나 바닷가 마을 아이들은 우리와 달랐습니다.
고기잡이 나간 아버지가 무사히 돌아오길 염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소리를 듣는다면 아버지들은 더욱 힘을 내어 일하고 무사히 돌아갈 생각을 할 테지요. 그걸 알기에 아이들은 놀다가도 아버지를 생각했던 거지요. 엄마는 또 다 못 찬 굴 바구니를 이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거지요. (소년 2014년 8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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