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
박두진
비비새가 혼자서
앉아 있었다.
마을에서도
숲에서도
멀리 떨어진,
논벌로 지나간
전봇줄 위에,
혼자서 동그마니
앉아 있었다.
한참을 걸어오다
되돌아봐도,
그때까지 혼자서
앉아 있었다.
초등학교는 집에서 10여 리나 떨어져 있었지요. 그 길은 마을에서 벗어난 들판 길이었지요. 반은 논이고, 반은 보리를 심었거나 감자를 심은 밭이었지요. 그 길로 학교를 갈 때면 동무 셋이서, 아니면 둘이서 재미나게 갔지요. 노래를 부르거나 뜀박질 내기를 하거나 ‘어디까지 왔나?’ 놀이를 하며 갔지요.
그러나 청소 당번일 때는 다르지요. 혼자 그 멀고 먼 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동무와 같이 갈 때는 재미나던 길도 혼자 올 때는 심심하고 무섭지요. 보리가 익는 보리밭엔 문둥이가 숨어있댔지요. 그래서 보리밭 길을 지날 때면 책보를 꼭 껴안고 뛰지요. 들길을 뛰다가 뛰다가 주저앉아 울 때 내 귓가에 들려오던 푸른 새 소리.
비비비비비비…….
들판을 가로질러 가는 전봇줄에 비비새가 혼자 앉아 울고 있었지요.
‘너도 나처럼 혼자였구나!’
혼자 우는 비비새를 보면 금방 덜 무섭고, 덜 외로워집니다. 반가운 동무를 만난 듯 든든해집니다. 가다가 또 무섭고 또 외로워지면 전봇줄에 앉은 비비새를 돌아다봅니다. 그렇게 걷다가 걷다가 보면 들길을 다 건너지요. 집이 저쯤 보입니다.
(소년 2014년 9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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