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목장

권영상 2014. 3. 31. 16:57

 

 

 

 

목장

김기림

 

 

 

뿔이 한 치만한 산양의 새끼

흰 수염은 붙였으나

아기처럼 부끄러워서

옴쭉한 풀포기 밑에 달려가 숨습니다.

 

 

 

 

염소를 키웠었지요. 아기 염소 여섯 마리. 아기 염소만큼 귀여운 새끼가 또 있을까요? 쪼그만 녀석이 할배 수염 단 걸 보면 귀엽다 못해 앙증맞지요. 아기 염소라 해도 부끄러움은 있나봐요. 사람이 다가가면 매애매애 고개를 숙이고 달아납니다.

근데 그런 아기 염소도 할배염소가 되면 위세가 대단합니다. 머리 뒤쪽으로 뿔을 쓱 넘기고, 턱밑에 달린 수염은 에헴, 바람에 휘날립니다. 성질도 동네 고집쟁이 할배만큼 고약합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보면 풀을 뜯다가도 고삐를 끊고 기습적으로 달려듭니다.

엄마, 염소 살려!

아이들은 어리버리 울면서 달아납니다. 운다고 봐 줄까요? 어림없지요. 울면 더 빠르게 달려와 똥구멍을 들이받습니다. 그래도 성이 안 차면 두 뿔로 엉덩이를 붕 날려 올려 공깃돌 다루듯 허공에 던지며 놉니다. 이 놈! 이 놈! 어른들이 소리쳐도 들은 척 만 척입니다.

방법은 할배염소 눈에 안 띄는 게 수입니다. 혹시 눈에 띄었다면 단 하나 줄행랑뿐입니다. 근처 나무를 향해 달려가 냅다 나무를 타고 오르는 수밖에요. 이제 안심해도 되나요? 아니지요. 하필이면 꼭 그런 때에 오줌이 마렵지요. 바지에 오줌을 눈단들 비켜줄까요?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 오줌을 누나 안 누나 꼬나보기나 할 걸요.

(소년 2014년 6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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