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해를 파는 가게

권영상 2014. 4. 29. 10:53

 

 

 

해를 파는 가게

이연승

 

 

 

거울 가게에는

거울 수만큼

하늘이 있습니다. 

 

날마다

하늘을 파랗게 닦아 놓고

해를 팝니다. 

 

손님들은

하늘 속에 비친

얼굴을 보고 

 

해가 담긴

거울을

사 가지고 갑니다.

 

 

 

마을로부터 너무도 먼 곳에 외딴 농부의 집이 있었지요. 그 집을 또 어떻게 알고 방물장수가 여러 날을 걸어 찾아왔습니다. 농부는 밭일을 나가고 없고, 농부의 아내가 그를 맞았지요. 농부의 아내는 그가 내놓은 것들을 구경하다가 그중 신기한 것을 하나 골랐습니다.

거울이었지요. 거울엔 웬 낯선 여자가 들어있었습니다. 방물장수는 그 여자가 바로 당신이라고 일러주었지요. 그러나 한 번도 자기 얼굴을 본 적 없는 농부의 아내는 신기했습니다. 결국 돈을 주고 그 거울을 샀습니다.

방물장수가 가고난 뒤 남편이 돌아왔습니다. 농부의 아내는 자신의 얼굴이 이 속에 있다며 거울을 내놓았지요.

“이크! 이게 어느 놈이야!”

거울을 보던 농부가 깜짝 놀랐습니다. 거기엔 아내가 아니라 웬 털부숭이 사내놈이 들어있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작가 아이작 싱어의 우화, ‘개라고 생각한 고양이와 고양이라고 생각한 개’의 앞 이야기입니다.

우리도 이 글에 나오는 농부와 농부의 아내처럼 자신의 얼굴을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늘 왼쪽과 오른쪽이 뒤바뀐 얼굴만 보아왔지요. 그래도 우리가 날마다 거울을 닦는 이유는 내 얼굴이 아니라 내 마음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소년 2014년 7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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