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편지
-새에게
최향
만나면 반갑게
말 붙이던 네가
오늘은 웬일로
가만히 앉아 있니.
얘기해 보렴.
어떤 말이라도
다 들어줄게.
네가 마음을 닫으면
나도 마음을 열 수 없단다.
넌 너의 날개가 있고
난 나의 맑은 눈빛이 있는데
우리 서로 도우면
두려울 것 없잖니.
기다릴게
말문을 열 때까지.......
5월입니다. 산길에 들어서면 아카시꽃이, 등나무 벤치에 앉으면 보랏빛 등꽃이 주렁주렁 달리는 5월입니다.
5월은 향기로운 달입니다.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달입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던 마음이 꽃향처럼 달콤해지는 달입니다.
5월엔 책상 앞에 앉아 그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요. 깔깔깔 웃다가도 나를 보면 웃음을 멈추는 친구에게, 나를 만나면 슬그머니 피하는 친구에게, 물으면 대답도 않고 슬쩍 돌아서는 친구에게 우리 편지를 써요.
그 애가 얄미워! 그랬었다면 오늘은 생각을 바꾸어 봐요. 혹시 나의 실수 때문에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닐까, 하고. 그럴지도 모르지요. 나도 모르게 한 말이, 나도 모르게 웃은 웃음이, 나도 모르게 툭 친 나의 손이 그 애 마음에 상처를 주었을지 모르지요.
내가 용서를 구하고, 그 애가 용서를 받아준다면 우리는 예전처럼 좋은 친구가 될 테지요. 나를 보면 반가워하고, 나를 보면 웃어주고, 나를 보면 조잘조잘 말해주고 싶어하는 그 친구를 다시 찾기로 해요.
5월엔 그 친구에게 향기나는 편지를 써요. 그리고 그 친구의 손에 편지를 건네어 줘요. 기다렸던 대답이 곧 돌아올 거예요.
(소년 2014년 5월호 글 권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