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아기와 어머니

권영상 2014. 1. 29. 11:38

 

 

아기와 어머니

어효선

 

 

아기가 밥 먹다가

흘린 밥알을

줍느라고 어머니는

애를 쓰시고,

 

아기가 방 안을

어질러 놓으면

치느라고 어머니는

애를 쓰시고,

 

아기가 나가서

안 들어오면

찾느라고 어머니는

애를 쓰시고.

 

엄마 이야기를 하려니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네요. TV 다큐멘터리에서 본 세링게티 국립공원의 엄마 코끼리입니다. 건기가 오면 코끼리들은 풀이 있는 먼 지역으로 이동을 해야 합니다. 시기를 놓치면 굶어죽기 때문입니다.

그런 때에 무리 중의 아기코끼리가 병에 걸려 쓰러졌습니다. 아기코끼리가 일어서길 기다리던 코끼리들은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어 여섯 마리의 어른 코끼리를 남겨두고 길을 떠납니다. 하루가 지나도 나을 기미가 없자, 그들마저 그곳을 떠나 사막을 건너갑니다. 이제 아기코끼리 곁에는 엄마코끼리밖에 없습니다.

초원에 혼자 남는다는 건 위험합니다. 엄마코끼리는 멀리 사막을 건너가는 일행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일어날 줄 모르는 아기코끼리가 안쓰러워 눈물을 흘립니다. 그날 오후 아기코끼리가 눈을 감자, 엄마코끼리는 해 지는 사막을 혼자 쓸쓸히 건너갑니다.

왠지 그 모습이 머릿속에 여운처럼 남아있습니다. 아기코끼리를 지켜주기 위해 일행을 다 보내고 혼자 초원에 남기로 한 엄마코끼리의 선택이 눈물겨웠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그가 사람이든 동물이든 모두다 ‘엄마코끼리의 눈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기들은 모르지요. 나 없는 사이 내가 흘린 밥풀을 엄마가 주우시는지, 내 방을 치우시는지, 늦게 들어오는 나 때문에 얼마나 마음 졸이시는지.

(소년 2014년 4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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