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우리 동시>2014년 2월호
방울새 소리
권오순
이른 봄 산 수풀은
은방울 숲
가지마다 조롱조롱
다닥다닥
방울새가 달아 놓은
은방울 소리
산골에도 봄 왔다고
눈 뜨라고
나무마다 방울방울
봄 종소리
구슬 같은 향내 같은
봄 종소리
방울새가 울려 주는
새말간 소리
우리 동네 이야기인데요.
돌다리를 건너면 산으로 들어가는 입새가 나오지요. 거기서부터는 숲입니다. 주로 아카시나무, 오리나무가 삽니다. 양지쪽엔 소복소복 찔레덩굴이 살고, 노박덩굴은 키 큰 아카시나무에 치렁치렁 매달려 삽니다.
그 숲으로 들어갈 때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요. 방울새들 때문입니다. 한두 마리가 아닙니다. 수십 수백 마리입니다. 그 많은 방울새들이 나뭇가지에 수북히 매달려 있다가 사람을 보면 화들짝 떼지어 날아오릅니다. 세상이 아주 들썩, 합니다. 첫경험이라면 놀라 숨이 넘어갈지도 모릅니다.
날아오른 방울새들은 멀리 못 가고 금방 앉았던 자리로 휘리릭 되돌아옵니다. 그리고는 죽은 듯 조용해집니다. 수백 마리나 되는 녀석들이 떠들지 않기로 약속이나 한가 보지요. 이들은 거기서 주로 아카시 씨앗이나 노란 깍지를 열고나온 빨간 노박열매를 호독호독 까따먹는 거지요.
봄비 온 아침, 그 숲에 들어갈 때면 또 조심할 일이 있어요. 함부로 눈을 뜨면 안 돼요. 눈 다칠지 모르니까요. 나뭇가지 가지마다 말갛게 매달린 빗방울들 때문입니다. 수만 개나 되는 빗방울들이 아침빛에 탁 부딪히면 별들처럼 반짝입니다. 눈이 어리지요. 눈이 부시지요. 어렸을 땐 그 빗방울을 방울새들이 조롱조롱 매달아 놓은 줄 알았답니다.
봄은 그렇게, 방울새가 매달아놓은 빗방울을 따라 눈부시게 우리 곁으로 옵니다.
(소년 2014년 2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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