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북쪽 동무들

권영상 2013. 8. 30. 15:00

 

 

북쪽 동무들

권태응

 

 

 

북쪽 동무들아

어찌 지내니?

겨울도 한 발 먼저

찾아왔겠지. 

 

먹고 입는 걱정들은

하지 않니?

즐겁게 공부하고

잘들 노니?

 

너희들도 우리가

궁금할 테지.

삼팔선 그놈 땜에

갑갑하구나.

 

 

 

오래 전입니다.

민통선(민간인 출입 통제선) 안에 있는 통일촌에 다녀온 적이 있지요. 그 마을은 6.25 전쟁 이후, 함부로 드나들 수 없던 곳이기에 정해진 길 이외의 숲은 다닐 수 없었습니다. 지뢰나 전쟁 중에 터지지 않고 남은 포탄이 여기저기 묻혀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런 까닭에 발을 떼어놓을 때면 혹시 지뢰가 터지지나 않을까 은근히 마음 졸였지요. 그날 밤, 나는 통일촌으로 날아오는 북한의 요란한 확성기 방송 소리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금방이라도 전쟁이 터질 것 같은 밤을 아슬아슬하게 보냈습니다.

다음 날, 볼일을 마친 나는 통일촌의 흙 한 봉지를 가져와 화분에 담아두었지요. 며칠 뒤, 화분에서 풀씨가 돋기 시작했습니다. 그해 가을, 화분에서 하얀 망초 꽃이 피었습니다.

“통일꽃이 피었구나.”

나는 망초 꽃을 보며 금방 통일이 올 것처럼 기뻐했지요.

남과 북은 총으로 서로를 노리고 있지만 거기 사는 꽃들은 아닙니다. 상처투성이 땅을 향기로 어루만집니다. 새들도 지뢰가 묻힌 숲에 유유히 둥지를 틀고 새끼를 칩니다.

사람들은 전쟁의 상처를 잊지 않는데 들꽃이며 새들은 다 용서한 모습들입니다. 남과 북도 통일촌의 풀과 새들처럼 서로를 용서하고, 또 서로 만나보는 일도 자유롭기를 고대합니다.

 

(소년 2013년 11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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