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우리 동시>2013년 12월호
부헝
이동규
떡 해 먹자 부 - 헝
양식 없다 부 - 헝
쌀 곡간이 비었느냐
둥구미째 비었단다
농사 져서 어쨌나
땅 임자가 다 차 갔네.
어이없다 부 - 헝
기막힌다 부 - 헝
*둥구미 : 짚으로 둥글게 엮어 곡식을 담는데 쓰는 그릇.
“느집에 이거 없지?”
점순이가 내게 감자를 내민다. 그게 나를 좋아한다는 뜻인 걸 모르는 나는 거절한다. 화가 난 점순이는 즈네집 사나운 수탉을 데려와 나의 집 닭과 싸움을 시킨다. 나의 집 닭은 번번이 진다. 나는 닭에게 고추장도 먹여보지만 어느 날의 싸움판에서 나의 닭은 피투성이가 된다. 참을 수 없었던 나는 작대기를 휘두르다 그만 점순이네 닭을 죽이고 만다.
그 순간, 나는 두려움에 떤다. 점순 네에서 얻어 부치던 땅이 떨어져 나가고, 집마저 쫓겨날 것 같아 그만 울음을 터뜨린다.
김유정이라는 분의 1930년대 소설 <동백꽃>의 줄거리입니다.
‘나’가 울음을 터뜨리는 까닭은 점순이 아버지가 마름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나’의 아버지는 점순이 아버지한테 땅을 빌려 쓰는 소작농이기 때문입니다. 마름은 소작농의 땅을 관리하는 부자의 앞잡이인데, 이들에게 밉보이면 부쳐 먹을 땅을 빼앗깁니다.
예전의 소작농들은 농사지은 것의 반을 땅주인에게 바치고, 그것도 모자라 마름들의 횡포에 시달렸지요. 거기에다 흉년마저 들면 부엉이 소리를 들으며 긴 밤을 쪼로록쪼로륵 배곯았지요.
(소년, 2012년 12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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