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위에서
김원기
산위에서 보면
바다는 들판처럼 잔잔하다.
그러나 나는 안다.
새싹처럼 솟아오르고 싶은
고기들의 설렘을.
산위에서 보면
들판은 바다처럼 잔잔하다.
그러나 나는 안다.
고기비늘처럼 번득이고 싶은
새싹들의 설렘을
산위에 서 있으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순한 짐승
그러나 너는 알 거야.
한 마리 새처럼 날고 싶은
내 마음의 설렘을.
학교가 산위에 있었지요. 마땅히 지을 곳이 없어 산 위에 지었나봅니다. 아침마다 가파른 산길을 타고 학교에 갑니다. 동해시에 있는 작은 초등학교입니다. 교실에 들어가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엽니다.
“우아! 바다다!”
눈앞에 동해바다가 활짝 펼쳐집니다. 맨날 보는 바다지만 아이들은 맨날 그 바다가 새롭지요. 모두들 창가에 턱을 괴고 바다를 봅니다. 연둣빛 바다가 초록으로, 초록 바다가 1분 2분 지나면서 파랑 색깔로 변해갑니다.
공부를 하던 중에 누군가의 기침소리에 놀라 창밖을 봅니다. 덩치 큰 흰색 거인들이 다짜고짜 교실로 덤벼듭니다. 바다가 만들어낸 안개뭉치입니다. 흰색 거인들은 꽃병이 놓인 책상을 삼키고, 선생님을 삼키고, 아이들을 단숨에 삼켜버립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언덕 학교는 흰색거인들의 아침밥입니다. 두어 시간 버티던 거인들도 사라지면 학교는 이내 눈부시게 살아납니다.
“나도 바다처럼 큰 꿈을 가질래!”
어느새 들판처럼 잔잔해진 바다를 보며 아이들은 꿈을 키웁니다.
학교가 산 위에 있었지요. 꿈을 키워주기 위해 어른들이 산위에 지었나 봅니다.
(소년 2013년 10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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