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산 너머 저쪽

권영상 2013. 5. 31. 14:50

 

 

 

 

 

산 너머 저쪽

이문구

 

 

 

산 너머 저쪽엔

별똥이 많겠지

밤마다 서너 개씩

떨어졌으니.

 

 

산 너머 저쪽엔

바다가 있겠지

여름내 은하수가

흘러갔으니.

 

 

 

긴긴 여름날도 저녁을 먹고 나면 깜물 어두워집니다.

우리는 두어 명만 모이면 더위를 식히러 마을 뒤 갯물에 목욕을 하러갔지요. 갯물도 더위를 먹나 봅니다. 발가벗고 물속에 들어가 앉으면 엉덩이가 온돌방에 앉은 것처럼 뜨뜻미지근합니다. 우리들은 텀벙, 텀벙, 텀벙대다가 그만 물에서 나옵니다. 또 한 군데 몸을 식힐 데가 있으니까요.

방솔나무입니다.

대충 옷을 주워 입은 우리들은 갯물가 아름드리 방솔을 탑니다. 방솔 위는 방석을 깔아놓은 것처럼 솔가지들이 평평합니다. 뒹굴어도 발이 빠지지 않을 만큼 탄탄하지요.

“바람아, 불어라! 불어라!”

우리는 먼데 산을 향해 소리치며 놀다가 그만 방솔 위에 벌렁 눕습니다. 그 때에 우리 눈에 들어오던 수많은 별과 출렁출렁 밤하늘을 출렁대며 가던 길게 뻗은 은하수. 그리고 누군가 먼 산 너머로 휙휙 집어던지던 별똥별.

“우리 별똥별 주우러 갈래?”

“콩씨보다 쪼꼬만 저거, 주워 뭣에 쓰려고?”

“그래. 그렇긴 하다.”

그러며 밤늦도록 뒹굴다 보면 우리들 소원대로 슬렁슬렁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때쯤이면 또 우리를 찾으러 누나들이 어룽대는 등불을 들고 오던 그 여름. 그 방솔나무는 지금도 잘 있을까.

(소년 2013년 8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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