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방울새 소리

권영상 2013. 11. 28. 21:53

 

<시인이 들려주는 우리 동시>2014년 2월호

 

 

 

 

 

 

 

방울새 소리

권오순

 

 

 

이른 봄 산 수풀은

은방울 숲

가지마다 조롱조롱

다닥다닥

방울새가 달아 놓은

은방울 소리

 

 

산골에도 봄 왔다고

눈 뜨라고

나무마다 방울방울

봄 종소리

구슬 같은 향내 같은

봄 종소리

방울새가 울려 주는

새말간 소리

 

 

우리 동네 이야기인데요.

돌다리를 건너면 산으로 들어가는 입새가 나오지요. 거기서부터는 숲입니다. 주로 아카시나무, 오리나무가 삽니다. 양지쪽엔 소복소복 찔레덩굴이 살고, 노박덩굴은 키 큰 아카시나무에 치렁치렁 매달려 삽니다.

 

 

그 숲으로 들어갈 때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요. 방울새들 때문입니다. 한두 마리가 아닙니다. 수십 수백 마리입니다. 그 많은 방울새들이 나뭇가지에 수북히 매달려 있다가 사람을 보면 화들짝 떼지어 날아오릅니다. 세상이 아주 들썩, 합니다. 첫경험이라면 놀라 숨이 넘어갈지도 모릅니다.

날아오른 방울새들은 멀리 못 가고 금방 앉았던 자리로 휘리릭 되돌아옵니다. 그리고는 죽은 듯 조용해집니다. 수백 마리나 되는 녀석들이 떠들지 않기로 약속이나 한가 보지요. 이들은 거기서 주로 아카시 씨앗이나 노란 깍지를 열고나온 빨간 노박열매를 호독호독 까따먹는 거지요.

 

 

봄비 온 아침, 그 숲에 들어갈 때면 또 조심할 일이 있어요. 함부로 눈을 뜨면 안 돼요. 눈 다칠지 모르니까요. 나뭇가지 가지마다 말갛게 매달린 빗방울들 때문입니다. 수만 개나 되는 빗방울들이 아침빛에 탁 부딪히면 별들처럼 반짝입니다. 눈이 어리지요. 눈이 부시지요. 어렸을 땐 그 빗방울을 방울새들이 조롱조롱 매달아 놓은 줄 알았답니다.

봄은 그렇게, 방울새가 매달아놓은 빗방울을 따라 눈부시게 우리 곁으로 옵니다.

 

(소년 2014년 2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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