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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윤복진
달랑달랑 당나귀 점잔 피더라.
아주아주 제 꼴에 점잔 피더라.
쫄랑쫄랑 강아지 마구 덤벼도
옆눈 한 번 안 보고 지나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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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말 방앗간에 당나귀가 있었지요. 생긴 게 우스꽝스러웠지만 당나귀라야 하는 일이 딱 하나 있었지요. 방앗간 주인아저씨의 점심밥을 날라다주는 일입니다. 방앗간은 주인아저씨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쯤이면 집으로 돌아가는 당나귀를 가끔 만났지요. 등허리에 빈 점심그릇을 싣고 달랑달랑 방울을 울리며 혼자 가고 있었지요. 방앗간으로 점심을 싣고 올 때는 그 집 아주머니와 함께 오지만 갈 때는 혼자 가기도 했습니다.
나귀 나귀 당나귀 일 하러가나 뿡! 똥 누러가나 뿡!
우리는 당나귀 가는 길을 막고 놀려댔지요. 그런다고 꿈쩍할 당나귀가 아니었지요.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들 사이를 빠작빠작 비집고 제 갈 길을 갔습니다. 주인이 시키면 시키는 일을 어떻든지 해냅니다. 마치 우리들에게 ‘나 이런 당나귀야!’ 그러듯이 방울을 울리며 갔지요. 장난이라곤 조금치도 모르는 고집쟁이였지요. 응앙응앙! 눈 오는 날 당나귀가 울면 고집만 피던 그 소리가 왠지 슬펐습니다. (소년 2014년 11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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