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우리 동시>
겨울 아이들
김녹촌
손끝이 아리도록 추운 날에도
골목 안은 아이들로 법석거려요.
팽이치기 자치기 함께 뛰놀면
찬바람도 추위도 도망가지요.
귀끝이 따갑도록 추운 날에도
빈터에는 아이들로 가득 차지요.
구슬치기 말 타기 함께 뛰놀면
찬바람도 추위도 물러서지요.
예전 아이들은 요즘 아이들과 다르지요. 요즘 아이들이 공부에 매달려 산다면 예전 아이들은 일에 매달려 살았지요. 학교 갔다 오면 소 몰고 나가 온종일 풀을 뜯기고, 호미를 들고 나가 아버지 일을 거들었지요. 요즘처럼 날이 추워지면 밥 한 그릇 뚝딱 먹고 나무하러 갔지요.
요즘 아이들은 게임기도 많은 돈 들여 사서는 기껏 저 혼자 놀지요. 하지만 예전 아이들은 제 손으로 팽이를 깎고, 제 손으로 앉을뱅이를 만들어 여럿이 어울려 놀았지요. 귀가 떨어져 나가라 추워도 예전 아이들은 꼭 집 밖에서 놀았습니다. 주로 골목길에 나가 동네 아이들과 말 타기를 하고, 구슬치기를 하고, 비석 차기를 하였지요. 엉덩이에 엔진을 달아놓은 것처럼 온 마을을 들쑤석대며 숨바꼭질을 하였지요.
토끼털 귀마개에 빵떡모자를 쓰고, 엉성한 털실장갑을 끼고, 볼태기가 새빨개지도록 연을 날리고, 자치기를 했지요. 요즘 아이들보다 못한 옷을 입었어도 추울 새가 없었지요. 요즘 아이들보다 못한 밥을 먹었어도 배고플 새가 없었지요.
“진데가! 밥 묵으러 안 오나!”
저녁 해가 지고, 엄마가 골목길을 향해 몇 번이나 소리쳐도 못 들었지요.
“퍼뜩 안 올기가!”
그래도 들을까말까 했지요. 예전 아이들은 놀아도 배고플 새가 없었으니까요.
(소년, 2015년 1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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