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우리 동시>
책 속의 동무
주성호
동생이 받아온
1학년 1학기 바른 생활 책 속에
기영이가 아직
그대로 있다.
나와 같이 공부하던
책 속의 동무
순이도
동수도
아직 1학년
나는
지금 의젓한 3학년인데
책 속의 동무들은
아직도 1학년
그대로 있다.
새 학년, 새 책을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책속이 궁금했습니다. 집에 오는 대로 나는 책을 펼쳤습니다. 그때 읽은 이야기 하나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옛날, 의좋은 형제가 살았습니다. 형은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고, 동생은 결혼을 하여 따로 집을 얻어 나가 살았습니다. 형제는 지난해에 그랬던 것처럼 부지런히 자신들의 논을 가꾸었습니다. 가을이 되자, 형제는 벼를 베었습니다.
‘동생은 새로 집을 얻어 사느라 살림이 쪼들릴 테지.’
형은 베어놓은 벼를 보자, 동생이 걱정되었습니다.
‘형은 부모님까지 모시고 사니 살림이 힘드실 테지.’
동생도 베어놓은 벼를 보자, 형이 걱정되었습니다.
그날, 컴컴한 밤에 동생은 형을 위해 볏단 한 아름을 안고 몰래 형 낟가리로 갔습니다. 그날, 컴컴한 밤에 형은 동생을 위해 볏단 한 아름을 안고 몰래 동생 낟가리로 갔습니다.
그때 불쑥 떠오른 달빛에 두 사람은 서로 마주 오는 얼굴을 보았습니다.
“아니, 넌 동생이 아니냐!”
“아니, 형님 아니십니까!”
형제는 서로 얼싸안고 한참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지워지지 않고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이야기가 “의좋은 형제”입니다.
(소년 2015년 3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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