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춘원 이광수
어린 학생이
곁으로 오더니
부끄러운 듯이 경례를 하고
살그머니 무엇을 손에 쥐여 준다.
나는 집에 돌아와
그것을 끌렀다.
종이로 싸고 싸고 또 싼 뭉치 속에서
나온다.
- 수학여행 길에 주워온 조그마한 수정 박힌 돌
그때도 5월이었습니다. 마을 외진 곳 도랑둑에 늙은 뽕나무 한 그루가 있었지요. 그 뽕나무에 오디가 익고 있는 건 나만 알고 있었습니다. 5월이 되면서부터 나는 가끔 그 뽕나무를 찾아가 오디 익기를 기다렸습니다.
오디가 까맣게 익은 아침. 학교 가는 길에 조그마한 병에다 그 오디를 따 담았습니다. 늙은 뽕나무가 키운 오디는 그 어떤 오디보다 크고, 달고, 맛있습니다.
나는 오디 담은 병을 옷사품에 숨겨 학교로 갔습니다. 그 날이 봄소풍을 가는 날이었습니다.
나는 아이들 몰래 선생님께 그걸 드렸습니다. 내 손으로 준비한 선물이라 그랬을까요. 온종일 구름 위를 걷는 듯 마음이 들뜨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소풍을 마치고 돌아올 때입니다. 선생님께서 조용히 나를 불러 빈 병을 돌려주셨습니다.
집에 돌아와 병뚜껑을 열어보니 뜻밖에도 그 안에 ‘산불조심’이라는 노란 리본이 들어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가슴에 달고 계시던 리본이었습니다.
근데 그 리본 뒤에 이런 글귀가 쓰여 있지 뭔가요.
“맛있게 먹었어요. 오디.”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선생님께서 내게 ‘맛있게 먹었어요’라니요. 그때만 해도 그런 말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태어나 처음 받아본 편지 선물이었지요.
(2015년 소년 5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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