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홀어미 까치

권영상 2016. 9. 26. 17:29




홀어미 까치

김기진

 

 

까치야, 까치야, 바람이 분다.

감나무 가지에 바람이 분다.

감나무 잎새는 어디로 가고

바람이 네 집을 건너 다니노.

 

까치야, 까치야, 바람이 운다.

저녁의 찬바람이 가지에 운다.

감나무 가지에 홀어미 까치

올 겨울 나기에 쓸쓸하겠네.




집 앞에 늙은 밤나무 한 그루가 있지요. 늙어 밤은 열리지 않아도 우듬지에 큼지막한 까치집을 한 채 가지고 있지요. 거기에 까치 부부가 살았습니다. 그들은 아침마다 알람시계처럼 울어주었지요. 바람이 불면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았지요. 서로 꽁지를 잡으려 휙 솟구쳐 오르고, 휙 떨어지고, 껴안을 듯이 빙글빙글 돌며 장난치기를 좋아했지요.

그러던 어느 아침입니다.

아침해가 떴는데도 까치가 울지 않았습니다. 문을 열고 내다보니 온통 눈입니다. 밤새도록 세상이 하얘지도록 눈이 내렸습니다. 밤나무 까치네 집에도 시리도록 하얀 눈이 내렸습니다. 추위에 입이 얼어 까치들이 울지 못하나 보다 했습니다.

근데 학교 가는 길에 보니 밤나무 밑에 까치 한 마리가 떨어져 죽었습니다. 발로 툭 건들어 보았습니다. 발끝이 아플 만큼 바짝 얼었습니다. 밤나무 우듬지가 저렇게 높으니 거기엔 바람도 몹시 찰 테지요. 눈보라도 몹시 거칠 테지요.

까치집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혼자 남은 까치가 소리 없이 울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무 기척이 없습니다. 점점 추워오는 겨울을 까치는 혼자 몸으로 어떻게 견뎌낼까요. 늙은 밤나무가 갑자기 외로워 보이는 아침입니다.


(소년 2016년 12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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