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알아요
김신철
멀리서 나의 이름
크게 부를 때
보지 않아도
엄마 목소리
그냥 알아요.
밖에서 투벅투벅
누가 오실 때
보지 않아도
엄마 발자국
그냥 알아요
저녁 해가 지는데 읍내 장에 가신 엄마가 오지 않습니다.
엄마를 마중하러 마을 앞 고갯길까지 나가봤지요. 길은 고요합니다.
내 운동화를 사려고 아직도 신발가게 골목을 서성거리고 계실까? 그 생각을 합니다. 아니 은행나무 약국 앞을 지나고 있을지 몰라. 아니, 우시장 앞까지 와 계실지 몰라. 아니, 저수지 뚝방 밑을 걸어 부랴부랴 오고 계실지 몰라.
“경수야!”
그때 엄마 목소리가 고개 아래에서 납니다.
뛰어가 봅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어쩜 나 모르는 사이, 집에 와 계실지도 몰라.’
그 생각이 들자, 집으로 달음박질쳐옵니다. 방문을 열어봅니다. 엄마는 없고 깜깜한 어둠만 가득 몰려와 있습니다.
불을 켜고 혼자 앉아 있으려니 괜히 눈물이 찔끔 납니다.
그때, 마당으로 걸어 들어오는 발소리.
“엄마다!”
벌떡 일어나 문을 엽니다.
발소리를 이끌고 엄마가 컴컴한 마당에 서 있습니다.
엄마 품에 덥석 뛰어듭니다. 엄마가 나를 덥석 안아줍니다.
이제 나는 살았습니다.
(소년 2017년 2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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