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소년이 부른 노래
최서해
나는
봄이면 아버지 따라
소 끌고 괭이 메고
저 종달새 우는
들로 나갑니다.
아버지는 갈고
나는 파고
둥그런 달님이
저 산 위에 솟을 제
시내에 발 씻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어머니가 지어놓으신
따뜻한 조밥
누이동생 끓여놓은
구수한 된장찌개에
온 식구는 배를 불립니다.
고양이 개까지.......
-이하 줄임-
이 시를 잠깐 들여다볼까요. 이 시엔 ‘나’가 있고, 나의 아버지가 있고, 어머니가 있고, 누이동생이 있지요. 그리고 소와 고양이와 개가 있네요. 아버지는 밭을 갈고, 나는 아버지를 따라 소를 끌고 밭에 가 괭이질을 하지요. 그 사이 집에 있는 어머니는 따뜻한 조밥을 짓고, 누이동생은 된장찌개를 끓이지요. 소는 아버지와 함께 밭을 갈지요. 이 시에 보이지 않는 고양이, 개도 제 자리에서 집을 지킬 테지요.
종달새가 우는 봄날, 밭에서 집에서 부지런히 일하며 사는 한 가족의 삶을 노래한 시입니다. 이러한 삶이야말로 시인 최서해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해요. 일하며 사는 삶은 아름답지요. 그것이 나만 잘 먹자는 것이 아닌 힘든 이웃과 함께 나누는 일일 때 더욱 아름답지요.
4월! 들판에 이미 봄이 와 있네요. 꽁꽁 얼었던 개울물은 먼 길을 나설 준비를 하네요. 눈보라 휩쓸고 간 땅은 언제 그랬냐는 듯 냉이며 민들레꽃을 피웠네요. 그뿐인가요. 덤불 속에 옹크리고 살던 멧새 목소리에 파랗게 물이 올랐네요.
팔을 걷어붙이고 집안일을 좀 도와야겠어요. 먼저 책상 위를 정리하고 내 방부터 닦아야겠어요. 재활용 쓰레기를 내어가야겠어요. 물뿌리개를 들고 화분에 물도 좀 주어야겠네요.
(소년 2017년 4월호 글 권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