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빗방울

권영상 2017. 5. 6. 12:00





빗방울

송창일

 

비오는 날

빗방울들이

빨랫줄 위에서

동동동

줄타기 연습하오.

 

 

 

 

오늘 공터에서 축구시합하기로 접때부터 약속이 돼 있었지요. 그걸 알고 엄마는 볼일이 있다며 집을 나갔고, 아빠는 아빠대로 어디론가 전화를 한 후 휑 나갔습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요. 젠장! 비 오네요. 주룩주룩.

빈집에 먼지처럼 혼자가 되었네요. 책이나 좀 읽으려 했지요. 손이 가지 않네요. 숙제나 해볼까 했지만 마음이 안 가네요. 바깥에 비 오는 날, 숙제 하자니 따분합니다.

창문을 바라봅니다. 유리문에 방금 빗방울이 하나 도착했습니다. 빗금을 그으며 무사히 안착했네요. 그 많은 빗방울 중에 하필 이 빗방울이 내 유리창에 온 건 무슨 까닭일까요. 내게 뭘 전하러 온 걸까요. 어쩜 이 빗방울이 지난 밤, 노란 별에서 출발한 그 별의 심부름꾼일지도 모르겠네요. 얼마나 먼 길을 달려왔을까요.

7, 주룩주룩 비 내리는 날, 혼자 집에 있으려니 생각이 많아지네요.

창문을 열고 주룩주룩 비 내리는 마당을 내다봅니다.

빨랫줄에 장난꾸러기들처럼 빗방울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네요. 한데 어울렸다가 또 떨어졌다가, 몸을 바짝 오무렸다가 길게 늘였다가, 참지 못하고 마당에 뚝 떨어졌다가 뛰어올랐다가. 빗방울들이 재주를 부립니다.

비 때문일까요? 멀리 떠나간 친구가 생각납니다. 엄마는 지금 어느 길을 걷고 있고, 아빠는 무얼 하고 있을까? 빗방울들처럼 생각도 많아집니다.

(소년 2017년 7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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