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대숲에는

권영상 2017. 5. 24. 18:40





대숲에는                                 

              조유로

 

대숲

에는

 

대 이파리

만큼

 

참새가

많고,

 

강물

에는

 

강여울

만큼

 

붕어도

많고,

 

원두막

에는

 

외 수박

만큼

 

할아버지

손주도 많다.

                  

      

 

여름이 내려주는 선물. 그 선물이 뭐냐구요? 누가 뭐라해도 방학이지요. 여름방학. 학교에서 받아온 방학생활을 집 마루 위에 던지고, 달려가는 곳은 당연히 마을 뒤에 숨어 흐르는 개울이지요. 나만인가요? 아니요. 동네 애들 다 모이지요. 물버들 밑을 천천히 돌아가는 곳엔 붕어가 많지요. 미꾸라지도 많고, 꺽지도 많지요.

물버들 밑에 족대를 딱 댑니다. 그러고는 동네 애들 다 모여 우우우우 고기를 몰지요. 목소리가 커야 고기들이 듣고 놀란댔지요. 텀벙텀벙 물탕을 크게 쳐야 고기들이 보고 정신을 잃는댔지요. 신발 두 짝으론 물낯을 쳤죠. 두 발로는 겅중겅중 뛰었죠. 우우우 목이 쇠도록 소리쳤죠. 그렇게 고기를 몰아 족대를 들어 올리면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 피라미들이지요. 붕어는 가랑이 사이로 다 빠져 달아나고 남은 건 피라미들 뿐. 그래도 즐겁지요.

늦도록 고기를 잡느라 소리치다 보면 정신을 잃는 건 물고기가 아니고 조무래기 우리들. 우리는 그만 모랫벌에 쓰러져 햇볕을 쬐지요. 달달달 파래진 입술로, 딱딱딱 이빨을 떨며 햇빛 충전을 하지요.

개개개개……. 물버들숲에서 우는 개개비 소리.

그 소리에 놀라 옷을 주워 입고 주전자 속을 들여다보면 붕어, 미꾸라지, 새우, 꺽지, 다슬기……. 휘파람을 불며 집으로 돌아오지요. 전쟁에 이긴 병정들처럼 의기양양하게 물버들가지를 꺾어 깃발처럼 세워들고 돌아오지요. 엇 둘 엇 둘…….

 

<소년> 2017년 8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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