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도토리

권영상 2017. 7. 20. 18:00


도토리

유성윤


때굴때굴 도토리

어디서 왔나? 단풍잎 곱게 물든

산골서 왔지.


때굴때굴 도토리

어디서 왔나?

깊은 산골 종소리

듣다가 왔지.


때굴때굴 도토리

어디서 왔나?

다람쥐 한눈팔 때

굴러서 왔지.

 

 

 

산길에 들어설 때입니다. 어디선가 툭! 소리가 납니다. 산이 그쪽을 향해 쫑긋 귀를 세웁니다. ! 하는 소리가 또 납니다. , 알겠습니다.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입니다.

여기 저기 도토리나무들이 서 있습니다. 도토리는 저렇게 높은 도토리나무 가지에서 뛰어내립니다. 도토리는 모험주의자입니다. 아니 위험을 무릅쓰고 그 일을 해내는 모험가라는 말이 옳겠군요. 도토리 하나 또 떨어집니다. 다람쥐들도 지금 저 소리를 듣고 있겠지요. 제가 먼저 차지하려고 반들반들 눈을 반득이며 모여들고 있겠네요.

도토리도 그걸 알 테지요. 위험지역을 벗어나기 위해선 재빨리 달아나야 합니다. 때굴때굴 구릅니다. 나무뿌리를 타넘습니다. 바위를 뛰어넘습니다. 가파른 벼랑을 뛰어내립니다. 웅덩이를 건너뜁니다. 멀리 멀리 달아나야 합니다. 저기 골짝 아래 낙엽더미가 보이네요. 그 속으로 뛰어들어 몸을 숨깁니다. 뒤쫓아 오던 다람쥐 발소리가 뚝 멈춥니다. 한참 뒤에야 오던 길로 되돌아갑니다.

도토리가 휴, 한숨을 내쉽니다. 모험가라면 이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닙니다. 이제 또 하나 남은 모험이 있지요. 길고 추운 겨울입니다. 그 강을 건너야 합니다.


(소년 2017년 10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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