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고 난 아침
윤부현
한밤내 앓고 났더니
밤새 키가 자랐나 봐요.
어휴!
몸이 휘청거려요.
목이 쑤욱 하늘 위 올라
겉달렸나 봐요.
다리가 길어졌어요.
땅바닥이 쑤욱
내려앉았고요.
쓰러질까 걸음 걷다
아찔했어요.
아침에 눈을 떴는데 일어날 힘이 없네요. 천장이 빙글빙글 돌고 어지럽네요.
엄마가 달려와 내 이마에 손을 얹습니다. ‘열이 있구나’ 합니다. 한번도 그러지 않던 아빠가 달려와 내 이마에 손을 얹습니다. ‘그래. 열이 있구나!’ 합니다.
“오늘 학교 가지 말고 집에서 쉬어라!”
엄마가 근심스레 말합니다.
“그래. 엄마 말대로 하렴.”
비로소 아빠가 일어나 출근을 합니다.
어제 찬바람을 쐬며 자전거를 탔는데 감기에 걸렸나 봅니다.
학교 갈 시간은 이미 지나도 한참 지났습니다.
“엄마가 잣죽 만들었다. 우리 아들 얼마나 아플까?”
엄마가 잣죽을 호호 불어 내 입에 떠넣어줍니다.
“엄마가 사과 긁어줄게. 사과 먹자. 감기엔 사과가 그만이다.”
엄마는 나를 엄마 무릎에 뉘이고 사각사락 사과를 긁어 한 숟갈씩 넣어줍니다. 달콤하고 부드럽습니다. 한 숨을 자고 깨고, 또 자고 깨고 그러다가 눈을 떴습니다. 엄마가 나물을 다듬으며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일어나 봅니다. 잠을 푹 자서 그런지 몸이 거뜬합니다. 아니 엄마와 아빠가 내게 사랑을 듬뿍 쏟아주신 때문이겠지요. 방안을 걸어봅니다. 다리가 휘청, 하지만 몸은 한 뼘이나 더 큰 것 같습니다. ‘아프면서 크는 나무’라는 동화가 생각납니다.
(소년 2017년 11월호, 글 권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