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소리
전양봉
납작코 꼭 쥐고
엄메엄메 송아지 소리를 내면
엄메엄메 외양간에 송아지 따라 운다.
쓰담던 도령이니 그렇지.
쓰담던 도령이니 그렇지.
납작코 꼭 쥐고
비요비요 병아리 소리를 내면
비요비요 축대 밑 병아리 따라 운다.
쌀 주던 도령이니 그렇지
쌀 주던 도령이니 그렇지.
마을 뒤엔 지금도 커다란 갯물이 있지요. 한 바퀴 빙 도는 데만 12킬로미터. 그 커다란 갯물 주변은 늪이고, 늪은 주로 갈대밭이었지요. 봄부터 갈대숲의 갈대가 자라기 시작하면 어른 키보다 더 커 온통 하늘을 뒤덮지요.
거기가 우리들의 소 먹이는 장소였지요. 소는 파랗고 연한 갈잎을 좋아했지요. 목덜미에 고삐를 감아주고 찰싹,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때리면 소들은 갈숲에 들어가 몸을 숨기지요. 거기는 갈대 말고도 줄풀, 소루쟁이, 고만두, 골풀 등의 소가 좋아하는 풀이 지천입니다. 그야말로 그 넓은 늪이 소들의 밥상인 셈이지요.
소를 풀어놓고 나면 갯물에 뛰어들어 미역을 감고, 그것마저 싫어지면 붕어를 잡고 조개를 잡고. 마른 나무도막을 주워 붕어와 조개를 구워먹고, 뜀박질을 하고, 그러다가 피곤해 뚝방에 누우면 스르르 잠이 들었지요.
어느 만치 잠에 빠져있을 때 놀라 눈을 뜨면 소는 내 팔뚝을 핥으며 내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지요. 그러고 보면 벌써 해가 지고 저녁이슬이 내릴 때이지요.
그 동안 소는 깨어나지 않는 내가 걱정이었을 테지요. 나를 깨워 같이 집으로 돌아가려고 내 곁에 나처럼 누워 나를 지켰던 거지요. 왜냐면 우리는 서로 친한 사이였으니까요.
(소년 2017년 5월호 글 권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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