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아저씨
여영택
군인 아저씬 발을 맞추어
추운 아침 날마다 한길을 뛰며
하낫 둘, 하낫 둘
많이 센다는 게
하낫 둘 셋 넷, 하낫 둘 셋 넷
우리 아기 이불 속에서
일곱 여덟 아홉 열, 잘도 세는데
아침마다 세어도
군인 아저씬
하낫 둘 셋 넷, 하낫 둘 셋 넷.
강화 파주 연천 철원 화천 양구 고성.
이곳은 휴전선이 지나간 지역입니다. 이곳엔 지난 6,25 전쟁 당시 남과 북이 치열하게 싸운 곳이 많습니다. 백골병단이 싸운 설악산, 피의 능선, 펀치볼, 대성산, 백마고지..... 한 번씩은 들어본 이름들입니다.
2017년의 1월입니다. 이들 고지에도 그 옛날의 1월처럼 겨울이 혹독하겠지요. 눈이 하얗게 내려쌓였겠지요. 살을 에일 듯 바람은 찰 테지요. 그 고지에는 지금도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키는 군인아저씨들이 있습니다.
이른 아침, 기상을 알리는 신호가 군인 막사를 울립니다. 다들 빠르게 이불을 개고, 옷을 갈아입고, 군화 끈을 바짝 조여맬 테지요. 그리고는 후우후우 입김을 내뿜으며 연병장에 모여 운동을 할 테지요. 다 같이 줄을 맞추어, 다 같이 발을 맞추어, 다 같이 우렁차게 소리치며 뛰겠지요. 엇 둘 셋 넷! 엇 둘 셋 넷! 군인 아저씨들의 목소리가 연병장을 울리고, 눈 덮인 산골짜기를 울리고, 꽁꽁 얼어붙은 겨울 하늘을 울릴 테지요.
새해 새 아침입니다. 새해 아침은 눈 내린 휴전선 어느 산속에서 엇 둘, 엇 둘! 추위를 깨뜨리는 군인아저씨들의 목소리로 시작됩니다. 그분들이 힘차게 아침을 열어주어서 우리의 아침도 힘차게 열립니다.
(소년, 2017년 1월호 글 권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