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위에서 산 위에서 김원기 산위에서 보면 바다는 들판처럼 잔잔하다. 그러나 나는 안다. 새싹처럼 솟아오르고 싶은 고기들의 설렘을. 산위에서 보면 들판은 바다처럼 잔잔하다. 그러나 나는 안다. 고기비늘처럼 번득이고 싶은 새싹들의 설렘을 산위에 서 있으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순한 짐승 그러..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3.07.27
여름비 여름비 엄성기 먹구름 천둥 싣고 마구 달려오더니 소나기가 시원스럽다. 누나는 빨래 거두어들이기 한창인데 싸악 구름 걷히고 해가 반짝 났다. 싱싱한 맑은 잎에선 푸른 빗방울이 또옥 똑. 소나기가 주고 간 무지개가 고웁다.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입니다. 들판 끝 검정구름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3.07.10
산 너머 저쪽 산 너머 저쪽 이문구 산 너머 저쪽엔 별똥이 많겠지 밤마다 서너 개씩 떨어졌으니. 산 너머 저쪽엔 바다가 있겠지 여름내 은하수가 흘러갔으니. 긴긴 여름날도 저녁을 먹고 나면 깜물 어두워집니다. 우리는 두어 명만 모이면 더위를 식히러 마을 뒤 갯물에 목욕을 하러갔지요. 갯물도 더..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3.05.31
의자 7 의자 7 조 병 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3.04.28
빗방울 빗방울 유경환 빗방울 내려오며 생각한다. 난 어디에 떨어질까. 고운 잔디밭의 풀꽃잎 먼 여행할 수 있는 시냇물 ‘......하지만 너무 심심해.’ 빗방울 내려오며 생각한다. 난 어디에 떨어질까. 단내음 가득한 과수원 알알이 곱게 익은 옥수수밭 ‘.......하지만 너무 심심해.’ 빗방울 내려..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3.04.03
다툰 뒤에 다툰 뒤에 석용원 “내가 잘못 했어”라고 써보았다. 하이얀 종이에 써 보았다. 너는 못 들은 척 돌아앉았지. 그래서 나 혼자 마음 아팠지. “그래 알았어”라고 써 보았다. 하이얀 종이에 가느다랗게. 형제가 함께 길을 가고 있을 때입니다. 우연히 길에 떨어진 금덩이를 형이 주웠습니다..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3.03.04
호수 호수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으로 포옥 가릴 수 있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 만하니 두 눈을 꼬옥 감을 수밖에.... 좋아하는 계집아이가 있었어요. 이름은 정순이, 유정순. 얼굴은 갸름하고 통통했지요. 코는 오똑하고 눈은 쌍까풀이었어요. 한 마디로 예뻤습니다. 같은 반인 그애는 나..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3.02.04
개미 그림 백향란 개미 김소월 진달래꽃이 피고 바람은 버들가지에서 울 때 이러한 날 하루도 개미는, 허리 가는 개미는 골몰하게도 부지런히 집을 지어라. 봄이 오면 날이 좋아지지요. 꽃도 피고요, 버들개지 눈도 뜨고요, 봄바람도 살랑살랑 불고요, 처녀들 마음마저 싱숭생숭하고요. 아무리..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3.01.04
추운 아침 추운 아침 김영일 옆집 아이가 화경으로 개미를 쪼이고 있다. 추운 아침. 초등학교 5학년 무렵입니다. 그날도 오늘처럼 추웠지요. 학교로 가는데 골목길에 옹크린 참새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폴짝, 폴짝! 움직이긴 하지만 왠지 몸이 부자연스러웠어요. 야구공처럼 자꾸 몸을 옹크립니다. ..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12.07
구공탄 구공탄 박홍근 조심조심 양손에 구공탄 들고 허리도 못 펴고 살금살금 걷는다 뒤따라 오던 동생이 또 한번 건드리자 화는 나도 구공탄은 사알짝 내려놓고 도망가는 동생을 오빠는 쫓아간다 바람 찬 저녁길에 구공탄 두 개 1980년대만 해도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집이 많았지요. 연탄 난방.. 시인이 들려주는 동시이야기 2012.11.05